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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계간지《백년어》23호

by 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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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은 마치 한계선 같은 시간이다. 단지 전월세집의 기본 계약기간이라고 생각해버렸다가 생각을 다시 잡고 늘어져본다. 1년은 적응하기에도 아쉽고 막 시작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로 금방 지나치기 좋은 시간. 2년을 넘기면 사람도 물건도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다. 그것이 너무 안락해서 주저앉아버릴 위험을 포함하고 있는 시간. 3년에 접어들면 내가 먼저 시작했다 할 것도 없이 바깥에서 먼저 알아보는 적당한 틀이 짜여 지는 시간. 4년이 찾아왔을 때, 제법 단단해졌으나 손에 닿지 않는 정체불명의 벽에 갇혀버린 기분이 들지도 모르는 시간. 네 번의 순간을 지나왔다. 내가 경험한 연속된 가장 긴 순간이다. 한 번도 순간이 아니었던 적은 없었던 4년이다. 시간은 여전히 내 안에서 째각거린다. 그게 너무 시끄러워 멈추고 싶은 순간이 많아졌고 내가 징거매야 하는 것이라 꾹 눌러도, 그게 잘 안 되네.


생각다방산책극장, 2015년 5월 30일 하나의 장소가 사라졌다. 4년이나 부산에서 놀았지만 너무 구석진 곳에서 왁자지껄했나? 이름만 들어서는 여전히, 거기 뭐하는 곳이에요? 라고 물을 것이 뻔하다. 그렇다. 멀쩡한 척 못해서 사회 변두리를 쭈뼛거리는 인간쯤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 놀았던 곳.


우리는 오래에서 다시 만났다. 부산의 서쪽 산복도로. 우리 동네가 생겼다는 기쁨을 이제 막 나누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길게. 거리에서 대문으로 통하는 좁은 길. 이웃, 마을, 커다란 문을 열고 골목에서 만난다. 높고 좁고 많은 계단과 골목은 안부를 묻고 나누는 내밀한 통로가 되어 주겠지? 장소가 사라진 순간, 우리는 머뭇거리는 손을 더 가까이 내밀 수 있게 되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우리 동네 <반사회 반상회>. 장소는 끊임없이 열리고 있다. 그냥 스쳐가기 쉬운 곳, 하늘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 때만 보이는 산 가까이에 모여 깨알같은 재미를 찾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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