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더 하면 잘할 수 있을까?
러닝타임 123분
국가 영국
감독 리처드 커티스
출연 도널 글리슨(팀 역), 레이첼 맥아담스(메리 역), 빌 나이(팀 아빠 역), 리디아 윌슨(킷캣 역)
감상 횟수 3회
장르가 멜로/로맨스, 코미디라고는 하지만 이 영화에서 로맨스는 소재일 뿐, 실제 주제는 '살아간다는 것(About life)'에 대한 생각이다. 영화는 시간여행이 가능한 주인공 팀의 삶을 통해 우리 각자가 맞닥뜨리게 되는 매일의 예측 불허한 순간들에 어떤 태도로 임할 것인지를 곰곰이 돌이켜보게 한다. 혹자는 '설정이 전부인 영화'라고 평할 수도 있겠으나, 나에게는 SF적이지 않은 시간여행 스토리이자 꽤 괜찮았던 영화로 3번이나 보게 된 몇 안 되는 영화이다.
영화 스토리의 전환점(*내용 스포 있음)
1. 해리를 도와주기 위해 메리를 놓치는 팀
불 꺼진 블라인드 카페에서 메리를 만나고 카페 밖에서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푹 빠지고 마는 팀. 번호를 주고받은 뒤 기대감에 젖었던 팀의 밤은 동거인인 극작가 해리의 공연에서 배우가 대사를 몽땅 잊어버리는 하필 그날 밤이었다. 자신에게 책임도 없건만, 착한 팀은 해리를 도와주고자 메리를 만난 밤의 시간을 되돌리고 만다.
2. 메리와 결혼하기 위해 연애 실험(?)을 하는 팀
팀이 해리를 도와주면서 메리와의 블라인드 데이트 날은 날려버렸고 저장한 메리의 번호도 사라졌지만, 메리와 나누었던 대화에서 얻은 클루를 가지고 그녀와의 우연한 만남을 설계한다. 메리의 최애 모델 케이트 모스 전시회장에서 억지로 메리에게 접근한 팀은 그녀의 입에서 들은 말을 과거로 돌아가 그대로 전함으로써 둘 사이에 뭔가 통한다는 느낌을 위조하고, 메리에게 생긴 남자 친구마저 ctrl + Z 하기 위해 또 한 번 과거로 돌아가 메리를 낚아챈다. 팀에게는 너무나 진심이었고, 또 너무 유리한 게임이었던 둘의 만남. 모든 것이 처음인 애송이 팀에게 상황을 무한 반복할 수 있는 시간여행 기술은 치트키와도 같다. 결국 메리와의 결혼에 성공하는 성덕 팀에게 박수!
3. 동생 킷캣의 사고를 막으려다가 딸이 아들로 변해버린 사건
불량한 남자 친구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는 킷캣은 팀의 집으로 오던 중 자동차 사고로 큰 부상을 입는다. 팀은 동생이 다친 광경을 보고 바로 시간을 돌려 사고 직전으로 돌아가 그녀를 구출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순간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닫는다. 팀이 시간을 돌려 사건을 막음으로써 발생한 사건이 사라지게 되면서, 팀의 딸이 아들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때부터, 팀은 시간여행의 나비효과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된 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뭔가 생명과 관련된 사안에 변화를 일으키면 다른 요인에도 큰 변화를 주게 된다는 설정인 듯하다.
4. 아버지의 죽음과 둘째 출생을 앞둔 팀의 선택
팀은 시간여행 기술을 물려준 장본인이자, 삶의 교훈에 대해 알려준 아버지가 암으로 인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얼마 뒤 죽을지도 모르는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 팀은 계속해서 시간을 당겨, 아버지를 만나러 과거에 머물렀다 돌아오는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아버지와의 추억을 연장해나가려는 팀, 메리가 둘째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듣고 아이의 출생 이후에는 더 이상 시간을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아버지를 완전히 보내주어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아버지와의 마지막 추억을 위해 돌아간 과거에서 한번 더 돌아가, 어린 시절의 팀과 아버지는 마음껏 바닷가를 산책한다. 사랑을 위해, 주변 사람을 위해, 아버지를 위해, 시간을 돌려 여행했던 팀은 메리와 함께 살아가면서 어느덧 시간을 돌릴 필요가 없음을 느끼게 된다. 지겹도록 과거로 돌아가 원하는 대로 살아봤기 때문일까, 사람의 삶과 죽음에 관련해서 일어난 사건은 되돌리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팀은 매일 반복되는 듯 보이는 지금 이 순간, 오늘의 가치를 깨닫고 시간 여행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
내가 뽑은 명대사
".. 아빠는 행복을 위한 아빠의 공식을 말씀해 주셨다. 두 가지 단계 중 첫 번째는 일단 평범한 삶을 사는 거다. 하루하루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다음은 아빠의 계획 2단계다. 거의 똑같이 하루를 다시 살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엔 긴장과 걱정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두 번째에는 느끼면서 말이다."
"나는 하루하루가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려고 노력했다. 특별하고도 평범한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내가 얻은 깨달음
일상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는 수많은 가능성을 가진 기회들이 주어진다.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서 모두 다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항상 실패 없이 대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실패와 상실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기회들을 마주할 때 소극적이거나, 방어적이게 된다. 불확실성과 실패적인 결과를 예측하는 마음이 우리를 여러 가능성들에서 멀어지게 하고, 포기하게 만든다. 처음인 인생을 두 번째 겪는 사람처럼 산다는 것, 적어도 그런 상상에 의거한 태도라면, 현실을 대하는 그의 모습은 어쩌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세 번 보는 영화는 결말을 알고 있어서 시시하고 뻔해지는 것이 아니라, 각 장면들에서 더 자세하고 섬세하게,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영화 한 마디 요약
돌이킬 수 없는 생명의 역사, 삶의 뜨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