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2005

그저 SF인줄 알았던 초액션 영화

by 언디 UnD

러닝타임 136분

국가 미국

감독 마이클 베이

출연 이완 맥그리거(링컨 6-에코/톰 링컨 역), 스칼렛 요한슨(조던 2-델타/새라 역), 숀 빈(메릭 박사 역)

감상 횟수 3회 이상


오랜 시간 '내가 좋아하는 1위 영화'로 자리매김해온 영화. 너무 클리셰처럼 준비해놓은 대답인가라고 뜨끔해져서 기억이 가물해질 때쯤 다시 감상하고, 또 한 번 보아도 역시 베스트에 걸맞은 영화. 3번 이상 보았지만 볼 때마다 새롭고, 만들어진 지 15년이 넘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스토리, 주제 의식, 연출, 연기력, 디테일의 밸런스가 잘 잡힌 영화다. (개봉 연도를 잘 따져보니 내 지금 인생 이력의 고작 반 정도 살았을, 고등학생 시절 이 영화를 봤었다. 소오름.)


한 줄 감상평

이 세계 아닌 다른 어딘가를 갈망하며 행운을 기다리는 가짜 세계의 사람들이 진짜가 되기 위해 세계를 뚫어버렸다.


줄거리 간단 요약 ★(스포 있음)

무균 시스템과 개개인별 철저한 자동 건강 관리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지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세계는 심각한 오염으로 인해 인류가 멸망했고, 이들은 그중에서 운 좋게 구출된 자들이라고 여겨진다. 살아남은 자들 중에서 한 명을 일정 주기로 추첨해서 영원한 낙원인 "아일랜드"로 보낸다는 규칙이 있는 세계에서, 오묘한 일련번호가 붙여진 많은 사람들 중 링컨 6-에코는 의문을 가지고 답을 알아내려 애쓰지만, 닫힌 세계에서 그 답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금지된 구역에서 실마리를 찾아내려고 애쓰던 중, 링컨은 아일랜드로 보내지는 사람들이 사실은 원본 사람의 요청에 의해 장기를 빼먹히거나, 낳은 아기를 뺏기고 살인당한다는 걸 알게 된다. 링컨은 이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려 하지만 이내 이 세계를 지배자, 복제 인간 사업의 대표 격인 메릭 박사에 의해 발각되고 만다. 추적에 내몰리던 링컨은 막역한 사이이던 조던과 함께 무작정 탈출을 시도하고, 바깥 세계로 나온 그들은 스스로가 진짜가 아닌 가짜, 진짜 세계의 누군가와 똑같이 복제된 인간임을 알게 된다. 링컨 6-에코는 기억 속인지, 꿈인지 모르는 의식 속에 남아있던 요트의 디자이너, 자신의 원본인 진짜 링컨을 실제 세계에서 만나게 되고 스스로의 목숨을 지키고자 한다. 링컨 6 에코와 조던 2 델타는 스스로의 존재를 지키기 위해, 그들을 잡아 운영하고 있는 사업과 연구의 윤리적 문제를 덮고 모든 증거를 인멸하려는 메릭 박사의 추격에 맞선다.


내 머릿속 남았던 장면 ★(스포 있음)

1. 링컨6-에코가 금지된 일반인 구역인 5구역 근처에서 뚱뚱한 나비 같은 곤충을 발견하고 신기해하며 몰래 잡아 오는데, 이후에 세계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출구가 그 근처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다시 나비를 가지고 와 빛과 공기가 들어오는 틈 사이로 날려보는 장면.


2. 다시 보니 너무너무 징그러웠던 장면. 복제 인간을 배양하는 배양 침대들에 가득히 누워있는 창조 중인 인간 육체들. 그 흐물거려 보이는 생성 과정의 모습. 복제 인간이 다 큰 성인의 육체로 태어난다는 설정 조차 너무나 소름 돋는 것이었다. 실제로 극 중 컴퓨터 수리공 맥코드는 자기 앞에서 완성된 복제 인간 포장지(?)를 뜯어내지 말라고 경기를 한다. 토할지도 모른다며.


3. 링컨과 조던이 메릭 박사의 사주를 받은 기동대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트레일러에 올라타는데, 트레일러 위에는 커다란 건축용 쇠기둥들이 가득히 실려져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링컨이 꾀를 내서, 기둥을 묶고 있던 고정줄을 풀어버리고 하나하나 달리는 도로 위로 밀어내려 박살을 내는 장면. 다리 위 도로 추격씬이 그러하듯 액션감과 관객으로서의 해소감이 엄청나다고 느낀 장면. 말로 설명이 어려운, 이 장면만의 잘 만들어진 호흡과 무게감과 속도감이 좋았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미래 기술을 악용한 통제와 기만,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같은 요소가 아주 신선한 주제는 아니다. 가타카, 블레이드 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같은 계보들로 이어지는 SF영화들을 빼놓지 않고 보게 되는 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그러나 일어날 법한 사회를 상상을 통해 구체화해서 미리 보여준다는 이유에서이다. (몇몇 영화들의 시점에서는 이미 미래가 현재 시점이 되어 있지만.) 나는 다소 정합적인 틀을 가진, 예측 가능한 정돈된 캐릭터들로 구성된 이야기를 즐겨 보는 것 같다. 영화에서의 예측 가능성은 '세련되지 못함'이나 '뻔함'으로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스토리 상 큰 반전 요소를 가진 영화는 사실 그 반전이 뒤집어지는 순간에 내러티브적인 긴장감은 거의 0으로 수렴하게 된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제약이다. 스토리 측면의 스케일에 뒤지지 않게 비주얼이나 구도, 씬에 대한 미학적인 관심과 고민도 내려놓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은 영화. 무엇보다 화려하고 다양한 액션씬은 이 영화에서 중점적으로 즐겨야 할 요소이며, 액션 영화 장르로 분류해도 무방할 듯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몇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복제인간인 링컨 6 에코가 꿈속에서 본 요트 그림을 그려낸다든가 운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그가 갑자기 운전을 전문 드라이버처럼 잘한다는 것 등, 원본 존재의 기억이 DNA를 통해 복제인간에게 계승된다는 다소 무리한 설정에 대한 어떠한 철학적인 설명이나 언급도 없다는 점이다.


영화와 관련된 의외의 사실

이 영화에 표절 논란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 리뷰를 쓰면서 나무위키를 통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아일랜드가 그 이후로 수많은 SF 영화의 표절 대상이 되기도 했다는 사실. 누가 승리한 건지 알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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