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도 나도 기대감이 없어야 오래가

서로에게 말이지.

by 언디 UnD

그 분은 일을 참 잘하는 분이었다. 나와 다른 팀에서 다른 직무를 담당하고 있었지만, 외부에서 언뜻 보기에도 팀 내에서 중점적인 일을 도맡아서 하고 계시는 분으로 보였다. 크고 해맑은 눈망울에 밝은 표정으로 생활하는 그 분을 보며 천상 직장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입사한 지 얼마 안되어 이런 저런 고민이 많았던 나는 잘 정착하여 일원이 된 그 분이 부럽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분과 함께 해외 출장을 며칠 다녀오게 되었는데, 타이트한 일정 가운데에도 활기를 잃지 않고 즐겁게 일하시는 그 분을 보며 직장 선배의 롤모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로, 차로 이동하고, 또 시간을 함께 보내는 여정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그 분과 조금 더 나누게 되었다. 나는 참아둔 질문을 던졌다. 회사 생활을 정말 잘 하시는 것 같다고, 그렇게 하실 수 있는 비결이 무어냐고.


그 분은 너무나 간단하고도 뜻밖의 대답을 했다.


회사에 너무 기대하지 마요.
그리고 회사도 나한테 기대를 하지 않아야 돼.
그래야 오래 갈 수 있어요.
서로 기대를 안 하는 게 베스트야.

농담인지 진담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그때의 나는 언뜻 이해가 안되기도 했다. 왜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아직 경험치가 부족했던 나는 '기대감을 가지지 않으면 소속될 이유도, 머물 이유도 없지 않은가'하고 곧이곧대로 이해를 했던 것 같다. 부적응자도 아닌 시스템의 수혜자로 보이는 사람이 저렇게 말을 하다니. 그 진짜 말뜻을 이해하기 위해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와닿지 않았다. 그리고 그 후 몇 년이 지나면서 문득 문득 떠올랐던 그 분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순간이 있었다. 충족될 수 없는 기대는 더 큰 실망과 아픔과 좌절만을 안겨 줄 뿐이라는 것. 부응할 수 없는 기대를 맞추려 애써 부정적 감정으로 나를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나를 적당히만 회사에 내어주어야 한다는 것. 그 말을 담담하게 뱉었던 그 분의 진짜 속마음이 어떠했는지 나는 알 길이 없지만, 언젠가인지 모를 과거의 자신처럼 보이는 나에게 다짐하듯 건넨 말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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