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대기실의 기억
“어으으윽”
“어으으으...”
“어뜩해....“
“나 좀 어뜩해 해줘봐요. 아파죽겠어.”
수술을 기다리기 위해 여러 침대가 나란히 누운 수술 대기실. 커튼 옆 어떤 모르는 여자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흡사 늑대소리와도 같은 그것. 지단한 고통이 피부에 맞닿아있는 인간은 동물과 큰 차이가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10분이 넘도록 사뭇 심각한 앓는 소리를 듣고있자니, 나까지 벌써 아파오는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대한 이 상황을 객관화해본다. 나는 저렇게 애처럼 울지 말아야지. 나는 적어도 사고를 당하거나 당장 통증으로 미쳐버릴 것 같은 상태로 이 곳에 온게 아니니 다행스러운 마음이 들어도 되는 걸까.
침대에 실려 울렁거리며 수술 대기실로 들어오면 파란 샤워캡과 멸균복을 입은 간호사에게 점호를 하듯 각자의 수술 부위를 신고해야한다. 나는 유방, 내 오른쪽 남자는 직장, 그 여자는 왼쪽 발목이 수술 부위라고 했다. 본의 아니게 각자의 약점을 공유하고 말았다. 그리고선 이제 30분 넘게 울음 소리인지 원망 소리인지 모를 소리를 듣고 있는 중이다. 좀 그만 좀 하세요! 라고 소리칠까 싶다가도, 얼마나 아프면 저럴까 싶어 많이 아프세요? 울지 마세요 라고 해야할까 마음이 쿵덕거리기만 한다. 그를 위로하기엔 나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인걸 싶어서.
지루하고 간절한 기다림을 공유한 끝에, 화장실에 가서 오줌까지 누고 코까지 시원히 펭하고 푼 그 여자가 먼저 수술실로 향하고, 다음으로는 직장이 아픈 남자가 먼저 방을 뺐다. 나는 언제려나.. 하며 기다리다가 전립선이 아픈 할아버지가 다시 커튼 너머 왼쪽 칸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다. 천장의 형광등 몇개 멀리 보이는 간호사의 일상적인 얼굴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 오로지 귀로만 저 너머 상대의 신상과 정보를 낚아채는 그 곳의 느낌을 뒤로하고 내 의도와는 무관하게 낯선 누군가에게 이끌려 3번 수술실로 향해진다. 자발적으로 침대에 눕는다.
수술 시간은 1시간 가량이라는데, 갑자기 궁금해서 질문을 던진다.
“마취 시간은 얼마나 지속되나요?”
“마취는 수술 시간보다 조금 더 길어요. 1시간 15분 정도?”
내가 눈을 감고나면 무슨 일들이 펼쳐질까. 짧은 불안감과 동시에 그것을 의지적으로 털어내려는 마음의 움직임이 일어난다.
“자 환자분, 마스크 앞에서 숨 편안하게 쉬세요.”
왼쪽 팔에 꽂힌 주사바늘을 통해 차가운 액체가 스며드는게 느껴지고 코 끝에서 언젠가 맡아본 것 같은 화학 약품 냄새를 느끼며 잠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