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같은 느낌이 나는 이 곳, 줄리스 알 까페의 야외 테라스 석에 앉아 부드러운 바닷바람을 느낀다. 서울에서 떠나올 때에는 염려와 두려움으로, 또 퍼붓는 빗속에서 운전하는 남편을 보며 긴장에 가득 차 있었는데...
미친 듯 퍼붓는 비 속에서 목숨의 위협이 느껴졌다.
4-5시간만에 겨우 도착한 이곳. 비가 거의 안오는 듯 하더니 어느샌가 멈춰버렸다.
참 이상한 일이다. 이렇게 작은 나라 안에서도, 어떤 곳은 비로 모든 것이 멈춰버리고 엉망진창이 되어버리는데, 또 다른 지역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처럼 태연하다. 나는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꼈다. 허겁지겁 늦은 점심을 먹고 나니 긴장과 피로로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다. 이렇게까지 와서 누워있고 싶지만은 않아서 겨우 몸을 움직여 이 까페로 나왔다.
줄리스 알 까페에서 글 쓰기
달고나 라떼, 그리고 수박 파인애플 쥬스 한잔 놓고 허여퍼런 바다 표면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제야 이곳의 온도, 습도, 속도에 튜닝이 되는 기분이 든다.
양양 서피비치. 초승달 모양의 해변이 걷기 좋다.
내 몸만 성했다면, 그리고 날씨가 미치게 좋았다면 눈 앞에 보이는 광경의 사람들처럼 푹 젖어 서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지 모르지만 ㅡ 다행스럽게도 눈으로 보기만 해도 충분한 그런 분위기의 날이다. ((아니면 나는 나이가 든 것일까?)) 사실 대부분의 액티비티를 (목숨에 위협이 되지만 않는다면) 도전해보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2010년 하반기 뉴질랜드 교환학생 시절에 인생 최초로 서핑을 하다가 갑자기 뒤집어진 서핑보드에 코를 정면으로 박아 코끼리처럼 퉁퉁 부은 코를 경험한 이후, 대자연에 반하는 도전은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 선에서는 얼마 전 시작한 롱보드가 가장 큰 도전인 셈이다. 비록, 롱보드를 타기 시작하면서 내가 얼마나 물리적인 나이를 먹어버렸는지, 내 몸이 얼마나 유연하지 못한 지 느끼고 있지만...
올라타 있는 게 기적
물리적인 무언가를 행함으로써 내 제약과 가능성을 확인하는 일은 나에게 일종의 안도감과 희망 같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아직 나도 새로운 무언가를 아주 성실히 연습함으로써 발전할수 있다는 사실, 아직 자라나고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 몸을 움직이는 일이 주는 참 뿌듯하고 좋은 느낌인 것 같다. 사실 이번 휴가는 오랜, 그리고 강력한 비 소식이 예고되어 있어서 반쯤은, 아니 전부 내려놓았다. 오죽하면 남편에게 이번 휴가를 즐길 수 있는 팁은 "비가 온다는 사실로 인해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이 전부라고 했을 만큼.
그리하여 아무 계획 없이도, 아무렇게나 있어도 되는, 마음대로인, 그러나 방탕하지 않은 여유를 만끽하는 시간이 되길 꿈꾸며.. 물폭탄 휴가의 서막을 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