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심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슬기로운 자세
누군가가 나에게 이기심을 부리고, 나에게 상처를 입혔다면 나는 상대방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인해 기분이 몹시 상하거나, 내가 입은 피해에 대해 보상받고자 하는 억하심정이 들 것이다. 속으로 은근히 비난하거나, 제삼자에게 그이의 욕을 실컷 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기심은 이미 그 자리를 홀연히 뜬 다음이다. 내 마음속에서 비난의 심보를 키우든, 다른 이에게 분노를 뿜든, 날 놀라게 한 그 이기심에게서 설명이나 변명을 들을 기회가 없다.
이기심은 "그냥 내가 이렇게 하고 싶기 때문"의 한 가지 이유로 시작되고 움직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납득할 만한 요소들이 파고들 필요도 없고, 그래야 할 이유도 없는 무논리의 폭력적인 성향이다. 동시에, 모든 이에게 조금씩(또는 다양한 수준으로) 함양되어 있는 인간적인 결함이기도 하다.
개개인에게서 발현되는 조건이나 타이밍이 다를 뿐. 절대적으로 이타적인 사람도, 완벽히 이해 못할 만한 이기심을 가진 사람도 없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소통에서 나타나는 상호 이기심은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가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어떤 사람의 결정이나 행동이 시간이 지나고 보면, '아, 그럴만했겠다.' 혹은 '그래, 그럴 수도 있었겠군.'이라는 평가로 변할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건에 대해 들끓었던 감정이 퇴색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 시간을 살아오면서, 알고 보면 나도 붙들고 있던 나만의 이기심의 영역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각자와 타인이 드러내는 이기심은 개인이 보여주는 도덕적인 빈틈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해석하게 만든다. "야 너도? 야 나도!"처럼 말이다.
이기심이 주는 또 다른 이점은 다른 사람을 의도나 행동을 내 통제 하에 둘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내 마음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그 결과로 나타나는 인간 존재에 대한 거리감과 서늘한 마음은 덤이다. 같은 맥락인지 모르겠으나, 진정한 나를 위해서는 다른 이를 조금은 덜 신경 써도 된다는, 다른 이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이타적인 태도 만이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 아니라는 논조의 심리 베스트셀러만 여러 권 본 것 같다. 우리는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자아를 가진 존재들로서, 다른 이들의 지나친 통제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자아를 보존할 자유와 의무가 있다. "이기심 부리는 것도 내 개인의 선택이고 자유인데?"라고 반론한다면, 공리주의적인 입장 없이, 이기심을 왜 부리면 안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는다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기적인 사람은 결국에는 타인을 밀어낸다. 모두를 이해시킬 필요는 없고, 모두에게 사랑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살아야 할 이유도 없지만, 인간은 충분히 설명되고 전달되지 않은 것, 충분히 이해되지 않은 것, 공감하지 못하는 것에 마음을 오래 두고 믿음을 주지 못한다. 사람의 이러한 특성을 잘 알고도 당당하게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상대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야 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충분한 인적자원을 가졌거나, 애초에 신뢰로운 관계에 대한 니즈가 거의 없거나,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이기적인 사람은 외로워질 것이다. 인간 관계도 자원이라고 한다면, 영원히 소모되지 않는 자원은 없는 것처럼 언제든 변함 없는 관계는 없다. 부모-자식 정도가 그나마 가장 오래 유지되는 색깔의 관계라고 볼 수 있을까? 이 관계 또한 무조건적으로 반드시 유지되어야 할 당위성은 없다. 결국 이기적임을 지속적으로 보존하고 발휘하는 일은, 자산을 깎아먹는 행위, 수입이 없거나 저축을 하지 않는 사람이 신용카드 사용을 남발하는 행위와 비슷하다.
세줄 정리
- 가끔 이기적이고 싶다면?
충분히 이기심을 부려도 된다. 단, 이기적인 사람의 결말 (타인을 밀어냄으로써 스스로 외로워짐을 자처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 다른 사람이 이기적이라면?
이기적인데 매력적이고 호인인 캐릭터를 만났다면, 그 사람과 적당히 어울리되 신뢰로운 관계를 맺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좋다.
-이기적인 행동으로 인해 상처 받았다면?
찌질해지지 말자. 심장에 박힌 칼을 더 깊이 묻을 이유도, 집어 들어 상대에게 찌를 필요도 없다. 흔한 이기심이라면, 내 이기심으로 인해 상처 받았을 누군가를 떠올리자. 비범한 이기심이라면 그 사람은 일단 나쁘고 개념 없는 놈이자 내 인생에 필요 없는 사람이다, 최대한 빨리 잊어버리고 내 갈길 가자. 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