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번역대학원 2학년 1학기 마무리

이번 학기도 하얗게 불태웠다

by 언디 UnD

2025년 1학기는 정말 짧고 굵은 느낌이었다.


- 순차 통역 수업 하나 (한 수업에서 AB BA 모두 다룬다)

- 동시 AB BA 수업 하나씩 두개

- 번역 (일반,전문 텍스트 BA /콘텐츠 텍스트 AB) 수업 각각 하나씩 두 개

- 동시통역을 직접 해보는 모의회의 수업 하나

- 커뮤니케이션 스킬(아나운싱, 행사 진행 통역 등)을 배우는 수업 하나

- 국제학과 수업 하나


이렇게 총 7개 22학점 수업을 수강했다.


높아진 기대 수준에 비하면 조금 아쉽지만, 나름대로 의미있는 결과를 얻었다. 먼저 인생 최초로 '동시통역'이란 것을 배우고 익히고 훈련해본 시간이었다는 것이 뜻깊다. 아기가 난생 처음 걸음마를 배우듯, 또 한번도 물에 들어가보지 않은 사람이 수영하는 방법을 배우듯,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동통에 물들어 가며, 강제로 물들여져가며 한국어, 영어 두 언어간 거친 숨을 허덕이며 헤엄쳐 본 시간이랄까. 여전히 어떤 내용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낯선 내용이나, 논리적 연결성이 좋지 않은 발화를 동시통역해야할 때면 당황스럽고 또 진땀이 나지만, 아직 정말 가야할 길이 멀고도 멀지만, 적어도 '아, 이건 이런 흐름으로 통역해야 하는 거구나', '이런 방법론으로 접근해야겠구나' 같은 하찮고 소중한 깨달음들이 있었다. 앞으로 향상될 일만 남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 칭찬해!


수업을 들으면서 즐겁기도 하고 지적 자극과 동기부여가 많이 되었던 수업은 번역 수업인 로컬라이제이션과 포스트에디팅 수업이다. 공용 컴퓨터실에서 진행이 되었는데, 그룹 번역 작업에 사용하는 Trado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량 번역에 필요한 TM, TB 사용법을 배우고, 번역, 감수 등을 과제와 시험으로 진행했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님께서 표면적인 번역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조금 더 명확한 의미를 유려한 한국어로 옮기는 프로세스를 꼼꼼하게 다져주셔서 좋았고, 좋은 피드백도 받았기에 한 텍스트 한 텍스트마다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순차통역 수업이다. 1학년 1학기 때부터 줄곧 배워온 가장 오래 연습한 유형이기에 최고 학점을 받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얼마 전 업로드했던 절망 가득한 글의 배경이 순차 통역 수업 중간 고사 때였다. 기말 고사 시험은 미련없이 잘 보고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최종적으로 A+를 받지 못했다. 아마 기말고사 성적이 뛰어난 학우들이 많았거나 중간고사 때 기대보다 못한 성적을 받아서인 이유일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건간에, 순차통역 시의 내 약점을 스스로 객관화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의가 있거나 점수를 뒤바꾸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방학 기간을 통해서 안되는 부분은 최대한 보완을 해서 새 학기를 맞이해야만 한다!


그 외에도 아나운싱과 행사 진행 등에 대한 기본기를 한/영 두 언어로 연습하고 실습해보는 커뮤니케이션 수업도 있었다.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통하지 않으면 잘 접하기 어려운 노하우들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국제행사 등에서 한영 MC 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과제도 정말 열심히 제출하고 시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 갔다. 기말 시험은 실제 행사 진행 멘트를 작성하고, 한국어/영어 병렬로 관객들 앞에서 실습해보는 과제였다. (후덜덜...) 낯섬, 어색함, 돌발 상황등에 대한 대처가 필요한 일이라 긴장이 되면서도 또 연습한만큼 퍼포먼스가 나왔을 때 쾌감이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동화, 소설, 웹툰, 웹소설 등 문학 콘텐츠를 영어로 옮기는 문화예술콘텐츠번역 수업도 흥미로웠다. 영어 네이티브가 아닌 한국어 모국어 화자로서 문화적 요소를 영어에 녹여내는 게 까다롭긴 하지만 K-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절정이기에 이런 일을 업으로 하게 되면 콘텐츠 번역자로서의 자부심과 보람도 남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이렇게 벌써 통번역대학원 4학기 중 3학기가 훌러덩 지나갔다.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2학년 2학기와 마지막 관문인 졸업시험!

어느덧 좀 세상과의 담을 쌓고 책상 앞에 앉아 시간과 머릿속을 꽉꽉 채우며 사는게 익숙해져 버렸다. 교수님들은 졸업시험 전 마지막 기회인 여름방학이라며 열공에 대한 권유 겸 엄포를 놓으셨고, 많은 학우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방학을 스터디로 꽉꽉 채우고 있다. 나도 역시 마찬가지만, 동시에 회사로 돌아갈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새삼 묘한 기분이 든다. 회사로 돌아가기 약 6개월 전. 이 묘한 이중생활의 결말이 나도 늘 궁금하다. 이 여행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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