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의 힘, 삶의 힘
나에게는 몇십 명의 '관심 작가'님들이 있다. 처음 나를 브런치에 유입시켜준 몇 편의 글들, 하나 읽고 두 개 읽고 하다 보니 어느새 매일 글 올라오는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던 작가님의 글, 업로드 날짜는 이미 바래져 작년, 혹은 재작년이지만 글이 좋아서, 또 언제 새 글이 올라올까 기다리는 마음으로 구독하게 된 글들, 그렇게 무심코 구독, 구독하다 보니 어느새 생각보다 많은 작가를 구독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에 반해 날 구독하는 사람의 수는 아주 츠언천히, 조 오금씩 늘어가는 추세이기에 관심 작가 증가 폭에 비하면 사소하고 미약한 수준이다.
구독하는 작가가 많아서 읽을 만한 좋은 글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 든든하고 흐뭇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피드의 모든 글을 읽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약간 경각심이 들었다. 차라리 관심 기울이지 못하는 소재나 주제의 글을 쓰는 작가들을 정리(?!)하고, 몇 편의 글이라도 꾸준히 관심 있게 읽어가는 게 예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 오늘은 철없이 늘려오기만 했던 관심 작가를 정리해보자!
모든 이별은 슬픈 것이지만, 인생은 모름지기 선택과 집중 이랬으니 어느 날엔가 독한 마음을 먹고 관심 작가의 수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오래간만에 피드를 살펴 들어갔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글을 거의 읽지 않고 매일 하나씩 써내느라 바빴던 동안, 나름대로 글을 열심히 생산하는 사람도 있었고, 또 뜸해지거나 아예 글을 쓰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글을 열심히 써나가고 있는 분들은 나처럼 뭔가 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서 어떻게든 아등바등 쓰고 있구나, 그리고 글을 더 이상 쓰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고된 삶의 무게에 글 쓸 마음의 여유가 없는 걸까, 잘 지내시는 걸까, 어쩌면 작가님이 크고 작은 삶의 파도에 휩쓸려 더 이상 글을 볼 수 없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까지도 들었다. 아는 사람도 아닌데 오지랖이 넓은 나 자신을 새삼스럽게 인식했다.
즐겨 찾아보게 되는 콘텐츠는 두 가지 타입이 있는 것 같다. 콘텐츠 생산자의 "팬"이거나, "친구"거나. 팬이자 친구이면 더없이 자주 즐거이 방문하여 구경을 할 것이다. 공통점은 모두 어찌 되었건 '아군'이라는 것이다. 최근에 많이 느낀 부분인데, 요즘은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자기편" 만드는 게 목표이자, 목표를 이루는 과정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편이 많아진 사람은 자신감이 높아지고 성취감도 느낄 것이고, 이 시대의 특성상 관심과 지지는 한 사람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잘 보이는 곳으로 이끈다. 라이킷과 구독을 많이 받는 작가님들은 그런 면에서 브런치 연예인이라고 해야 할까. 브런치 작가님들 중에서도 일면식이나 한 조각의 소통도 없지만, 콘텐츠 자체가 매력적이고 또 흔히 접할 수 없는 소재의 것이면 딱히 나와 소통을 하거나 서로 라이킷을 눌러주지 않아도 계속 구독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또 다른 부류의 작가님들은 내 브런치에도 자주 들러주는 것 같고(?), 왠지 내가 쓰는 글에 라이킷도 눌러주는 것 같은, 그러나 엄연히 같은 입장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알고 함께 걸어가는 듯한 분들이다.
참 재미있는 것은, 오랜만에 들른 작가님들의 브런치에는 여전히 팬으로서, 혹은 친구로서 즐길 수 있는 글들이 있었다. 처음 내가 구독을 누르게 되었던 그 이유로, 나는 구독 취소를 누를 수가 없게 돼버리는 것이었다. 작가님들의 글은, 단순히 써 내려간 어떤 언어적 형식을 띤 의미의 덩어리가 아니라, 그분들의 삶의 면면이었고, 삶의 기쁨의 순간들, 가슴이 아리게 아픈 순간들, 또 별 것 아닌 일상의 매일매일로 채워져 있었다. 내가 한 번도 경험해본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지만, 왠지 쉽게 여겨서는 안 될 것 같은 그런 것들이 담긴 박스를 보관하고 있는 기분인 거다. 구독 취소를 한다는 것은 하나하나 소중한 그 삶을 버리는 것 같아서 예의에 어긋난다는 느낌이기도 하고, 외면하지 않고 오래오래 두고 봐야 할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 혼자의 생각대 내 편으로 만들어버린 사람들을 다시 차 버리는 기분에 왠지 스스로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열심히 힘을 내어 삶을 담아낸 이들을 두고 매몰차게 돌아서는 기분이 들어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관심 작가님들의 페이지를 전부 방문하는 일이 끝났다. 근데, 왜인지 관심 작가는 거의 비슷한 숫자로 유지가 되고 말았다. 나는 그다지 마음이 약한 편이 아닌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업을 하기 전에 구독자의 수가 묘하게 -1이 되어, 마음이 상해있었기도 했다. 아, 구독 해지를 한다는 것은 정말로 적극적인 반응이구나.. 정말 내 글이 읽기가 싫다는 강한 표현이구나. 하는 마음에 글을 더욱 잘 써야지 하는 반성과 함께 더욱 씁쓸해졌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중에 다시 새로운 구독자 분이 찾아와 +1이 되었고, 그 순간 뛸 듯이 기쁘고 얼굴에 입이 커지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에서의 팔로우, 리트윗, 댓글보다 흥분되고 짜릿했다. 늘 새롭다. 브런치는 참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