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파도가 치는 밤

그런 날엔 잠을 이룰 수 없다.

by 언디 UnD

하루에 한잔만 마시자고 다짐한 커피를 두 잔 찐하게 마셔서일까?

아니면 잠들기 전까지의 시간에 있었던 누군가와의 대화가 맘에 걸려서일까?

내일 있을 중요한 회의 때문일까?

심장이 쿵쾅거리지도 않는데, 잠이 오질 않는다.


마루에 나와 거실 쇼파에 앉아 간이 담요를 덮고 이리뒤척, 저리뒤척,..

그렇게 누워있어도 생각의 스위치가 OFF로 제껴지지 않는다.

머릿속에는 잡동사니처럼 뒤섞인 생각의 고리들이 엉켜

예리한 손가락이 아니면 풀기 어려운 목걸이의 끈처럼 나를 곤혹케 하고 있다.


생각의 양과 시간이 많아져도, 정확히 어떤 것이 나를 신경을 각성시켜 잠들지 못하게 하는지 정확히 집어낼 수가 없고 점점 더 혼란스러울 뿐이다.


모래사장으로 거세게 쳐온 파도가 마구잡이로 물보라와 흙탕물을 일으켜놓고, 그것들이 좀 가실때쯤 또다른 파도가 밀려와 말짱 도루묵을 만들어버리고 마는 것 같은 허망한 반복. 예쁘고 반질반질하게 세워놓은 모래성은 한 순간에 '무'로 사라진다. 원래 영영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다시 시작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행복이라는 것은 머릿 속의 개념일까. 실제의 효용일까. 일순간의 진한 감정이 연속되는 경험일까.


현실의 만족의 집합을 행복이라고 여기며, 그 만족의 개수를 늘려가는 데에만 몰두한 나머지, 근본적인 생각은 꺼두고 산 것이 아닐까. 해야 하는 생각은 꺼두고, 쓰레기 같은 생각들만 내 속에 가득차 있음을 발견하는 혐오의 시간. 때때로 만족스럽지만, 결국 절대로 만족스럽지만은 않은 생의 면면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품고 싶지 않은 마음이 싹을 틔운다. 나 자신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모든 것의 일정 부분에 대한 완전한 포기일 수도 있겠다는 어설픈 깨달음이 몰려온다.


자기 혐오를 극복하려면, 새로운 길로 나서야 한다. 지금껏 열심히 쓸고 닦고 퍼내고 내어 놓은 길을 못본 척 하고 말이다. 본질적 한계는 한계다. 그건 내가 신경을 쓰지 않든, 마음을 쓰든, 거기에 늘 존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생각을 시작하는 것은 얼마나 까다로운 일인가. 상상만으로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길을 새로 내려니 마음이 힘들어한다. 익숙하고 낡은 것이 좋고 옳은 것이며, 새로운 것은 싫다고 거부한다.


나는 생의 해결사가 아니다. 그토록 해결을 갈망하지만, 그럴 수 있는 일은 실제로 많지 않았다. 그저 몸을 맡기고, 겸손하게 기다리거나 버텨내는 것 뿐. 하지만 기다리는 가장 쉬운 일조차도 버거웠다. 이런 나를 벗어나 조금 멍때리면서 그저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다 보면, 파도 한 점 없이 잔잔한, 하늘이 그대로 비춰보이는 맑고 평온한 바다를 만날 수 있을까. 나를 힘들게 부수어댔던 파도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떤 질문에도 답을 내리기 힘든 밤이다.

나는 밤이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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