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트와 매생이 굴 떡국

입춘이 지나고 만난 마지막 추위 속에서.

by 유우

어젯밤, 목욕 가기 전에 갑자기 생각난 엄마표 토스트. 마트 마감 시간에 서둘러 사 둔 식빵과 치즈, 집에 있었던 아삭한 양배추와 신선한 계란으로 달콤한 아침을 챙겼다. 저녁까지 배고프지 않을 것만 같은 배를 감싸 안고 가고 싶었던 전시회를, 서울 온 김에 엄마 손을 잡고 나섰다. 서로의 눈에 들어오는 장면들 앞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며 한 시간 남짓 추억 여행을 하고, 귀가 즐겁게 피아노 음악을 들었다. 서로의 존재 덕분에 더 좋은 시간으로 채워진 2월 첫째 주 주말.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추운 서울의 칼바람에 오들오들 떠는 내 몸을 엄마가 꼬옥 안아 준다. 아직도 엄마에게 아기 같은 나는 몇 번이고 중얼거리게 된다. '엄마의 키가 줄어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엄마가 늙는 거 싫어'

가족의 손길 덕분에 가슴만은 춥지 않은 겨울, 이것만으로 살아갈 이유가 된다. 가족의 연결 속에서 힘이 나는 걸 해가 갈수록 피부로 또렷이 느낀다. 우리 엄마도, 아빠도, 오빠도 그랬으면 좋겠다. 엄마 품처럼 따뜻한 집에서 엄마가 붙여 주는 얼굴 팩의 온도를 느끼며 잠에 든 캄캄한 밤.

동이 트기 전, 팔팔 끓여 둔 매생이 굴 떡국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서는 엄마의 뽀뽀 인사. 이 다정한 사랑 덕분에 나를 잃은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사랑을 배워 소중한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는 방법도 어려운 적이 없었다.


겨울이 되면 꼭 먹어야 하는 내 최애 집밥 메뉴, 엄마의 매생이 굴 떡국 두 그릇과 시원한 무김치를 아삭하게 물어 대며 배 안을 든든하게 채운 느긋한 오전을 보냈다. 이틀 동안 입었던 잠옷을 세탁기에 넣으며 집안 곳곳을 정돈한 후 “사랑해, 엄마”를 남겨 두고 제주로 돌아갈 준비를 잘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