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함께하시죠?
육아, 이 함께 하시죠?
아이들은 우리의 기대 이상으로 자란다.
올해 상반기는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육아를 온전히 신랑이 맡아줬다. 그러니 아이가 일어나 어린이집에 등원준비 할 때와 하원 후 아빠가 오기 전 2 시간 남짓 엄마와 시간을 보내는 게 다였던 거다. 주말도 물론이고.
아직 어린아이가 불리불안, 불안정 애착 등의 다양한 심리적 고통에 힘들까 봐 걱정하다 엄마가 더 고통에 시달리는 것 같아 정신 차려보니, 아빠와 있는 시간이 더 편안해 보인달까.
"엄마 잘 다녀와, 공부하고 와."
외투를 걸치며 인사하면 아이의 시선은 나를 쓱 스쳐보며 '매달림' 1도 없는 멘트를 날리고 대충 손 흔들다 만다. 뒤돌아 아빠와 레고조립에 집중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 낯설다. 그리고 묘한 서운함이 뒤따른다.
'그래도 엄마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이가 벌써 시근이 났나? 아빠가 말을 시켰나"' 등의 오만 상상하며 독서실로 달려가지만, 생각하는 이상으로 변한 상황에 적응이 빨랐다. 이제 주양육자가 아빠가 된 것을 직감한 아이는 가끔 저녁 시간에 있는 엄마가 낯선가 보다. 그 들 만의 리그에 괜히 내가 끼여 놀이에 참여하려 하면 급 불편해지는 공기의 기류를 어찌 설명할까.
'나는 누가, 여긴 어디?!'
부모의 사랑에 무게를 잴 수 없겠지만, 아빠의 역할은 이토록 크다. 사회성 발달, 정서 발달, 육체 발달.. 또 뭐가 있을까?!
가정의 화목?!
환하게 웃는 아이와 팔을 활짝 펼쳐 서있는 남편이 문 앞에 서서 나를 마중한다.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사랑에 목마르던 아이가 아니게 되었다. 지금 내 눈앞에 무한대의 사랑을 주는 아들과 무조건적인 믿음을 주는 신랑이 있다.
아이는 사랑과 무조건적인 믿음으로 건강하게 성장한다. 내 안에 미처 자라지 못한 아이가 있을지라도 가정이란 울타리 안에서 얼마든지 커갈 수 있다.
지금의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