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을 받아야 하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
입학하고 일주일 뒤. 학부모 상담이 있었다.
이미 한차례 전화를 받았기 때문에 학교에서 아이가 어떨지 조금은 상상이 되었다. 그래도 조금은 아이가 학교에서 적응했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담임선생님과 부담임 선생님 이렇게 두 분과 상담을 시작했다.
학기 초에 진행되는 상담이기 때문에 내가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주로 선생님들은 들을 거라는 생각 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선생님들이 일주일 정도 지나 어떻게 아이가 학교생활을 하는지 주로 이야기하셨다.
초등학교 때 아이는 일반학교 도움반에서 주로 생활을 했다.
교실의 공간이 크고, 작은 학교여서 도움반 아이들도 장애가 심한 아이들이 아니라 학습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2명 정도여서 아이는 주로 선생님과 둘이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는 그 만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고, 다른 아이들도 아이의 성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가 하는 행동에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특수학교 이번에 배정받은 중학교 교실은 기존의 교실보다 작고 아이의 성향과 닮은 아이들이 모여있다 보니 아이에게는 조금 더 낯설고 힘든 환경이 되었던 모양이다.
선생님들도 이 점을 강조했다.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았어요. 교실에 들어와서 1교시는 거의 울고 짜증 부리는 게 많아요."
"현재로서는 담임인 제가 주로 옆에 붙어있어요."
"머리를 심하게 잡아당기는 건 아니지만, 자꾸 만지고 잡아당기곤 해요. 지금 아이의 덩치가 커져있고 이런 상황을 남들이 본다면 의도와는 다르게 공격적인 아이로 비칠 수 있어요."
"무엇인가 하자고 할 때 가장 많이 울거나, 머리를 잡는 공격적인 모습이 많이 보여요."
예상은 했었다.
그래, 그럴 거다 생각했다. 내 아이를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면 안 되지만, 아이가 지금 이 교실에서 얼마나 힘들지는 알 수 있었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모여있는 교실에서 여전히 아이는 가장 힘든 아이가 되어 있었다.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의 학교시간을 조금 줄여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다. 나 역시 학부모상담을 준비하면서 이 이야기를 예상하고 있었다.
적응이 될 때까지 학교수업 시간을 조금 줄여보는 건 어떨까요?
먼저 말을 꺼내자, 담임선생님 역시 조심스러운 입장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아이를 위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반드시 이건 아이를 위한 결정이고 선생님들은 아이가 학교시간에 맞추는 게 맞다는 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점심 먹고 하교하는 방향으로 3월은 진행하는 게 어떨까 하는 이야기에는 내가 아니라고 했다.
아이가 점심 먹고 하교하는 거에 익숙해지면 무조건 점심 먹고는 엄마를 기다리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주 2회에서 3회 정도만 5교시 후 하교하는 방향으로 스케줄을 짜 보겠다고 했다.
공격적인 성향에 대해서는 부담임선생님께서 이야기하셨다.
도움을 받아야 하는 아이는
이 아이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사랑스러워야 하는데,
그러려면 무조건 공격하는 모습은 없어야 해요.
공격성을 가진 아이는 어디에도 가질 못한다.
집에서 편안한 공간에서는 문제행동이 나오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사람들과 섞이게 되면 가장 무서운 행동이다.
아이에게 손은 절대 상대방 어깨 위로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계속해서 말한다.
아이 역시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지만, 이미 벌어진 뒤에 악을 쓰고 운다. 그 역시 제어하기 힘든 부분인 것이다.
그래도 평생 남에게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아이는 조금이라도 사랑스러워야 한다.
그래야 누군가 아이에게 손을 내밀수 있다.
이제 학교를 졸업하는 시기도 고작 6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 기간 동안 난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가르쳐야 한다.
사랑받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어디서나 환영받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장애를 가졌지만, 누구나 와도 된다고 된다고 하는 아이로.
그렇게 키워야 한다는 걸 또 한 번 나에게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