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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는 건 다 같다.

모든 부모의 마음은 같지 않을까.

by 글맘 라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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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진료받는 병원을 방문했다.

선생님이 아이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되도록이면 데려오라고 하셨다. 저번 달에는 나 혼자 가서 진료받았기에 이번에는 데려가기로 했다.

이번에 진료받는 병원은 1년 정도 계속 다니고 있는 정신과이다.

작은 동네 병원인데, 평상시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나름 빨리 움직인다고 했는데, 그래도 시간이 조금 지체돼서 그런지 대기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간신히 두 자리를 마련하고 아이와 앉았다.

핸드폰 모드를 모든 소리 끄기를 하고 줬더니 소리가 안 난다고 핸드폰을 자꾸 나에게 줬다.

'엄마, 이거 소리 나게 해 줘.' 그런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소리 나게 유튜브를 보는 건 실례이기 때문에 그냥 소리 안 나는 핸드폰을 쥐어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아이는 몇 번 그러다가 자리에 앉아 보기 시작했다.


50대쯤 보이는 여성이 내 옆에 앉았다.

아이가 소리가 안 나는 핸드폰을 보며 "끄이끄이" 소리를 내는 걸 보니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아이가 하는 행동을 짜증 내지 않고, 미소로 바라봐 주는 것만으로도 말도 못 하게 고맙다.


"아이가 참 해맑아요."

나는 감사하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 몇 살이냐는 말을 주고받으며 대화가 이어졌다.

그 사이가 아이가 또 일어나려고 하며 소리를 지르기에 다시 주저앉히고, 조용히 하라며 아이의 입에 손가락을 대주었다.


"괜찮아요. 여기 얘들 다 그렇죠. 여기는 이해해야지."

그 어머니는 아이 없이 혼자 왔기에 나 역시 아이가 몇 살인지 물었다.

그분의 아이는 이번에 고등학교에 간다고 했다. 중학교는 검정고시를 봤다는 말에 나는 그래도 인지가 되는 아이네요. 하고 응수했다.

내 아이는 한글, 숫자, 말도 전혀 되지 않기 때문에 인지가 된다고 하면 무조건 부러웠다.


그분의 아이는 여자아이인데, 장애등급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자해가 너무 심해 학교에 다닐 수 없을 거 같고, 사회생활은 아마 평생 못하지 않을까 싶다며 웃으셨다.

"지금은 괜찮은데, 우리가 죽으면 문제죠. 장애등급이라도 받으면 나라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지능이 된다고 아무것도 바랄 수 없으니 문제예요. 어중간한 얘들이 가장 문제인 거 같아요."


나의 아들은 중증 아들이기 때문에 이미 장애등록도 완료했고, 발달장애방과후 센터도 다니고 있다. 하지만, 그분의 따님은 이런 활동을 전혀 이용할 수 없다고 했다. 학교 생활은 어렵고, 장애등록이 어렵기 때문에 어디에도 포함될 수 없다는 말에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말을 할 줄 알면, 조금만 아이가 좋아지면 부모는 그래도 좀 나아졌다는 생각에 희망을 품곤 한다.

하지만, 현실을 다른 거 같다. 발달장애가 있거나, 정신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은 다들 어렵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부모의 몫이 된다.


"전 그냥 제일 친한 친구라고 생각해요. 나랑 평생 같이 있는 친구."

내가 아들을 보며 말하자, 그분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나, 나나 우린 그냥 이 아이들 데리고 끝까지 가는 거죠.


웃으며 말하는 그분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보였다.


일반 아이와는 다른 우리 조금 다른 아이들. 이 아이들을 평생 숙제처럼 끼고 있어야 하는 우리들.

그래도 그 어머니 아이는 이번에 고등학교 교복을 맞췄다고 했다. 한 걸음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그분도 나도 한 걸음씩 가고 있다.

끝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걸어야 할 그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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