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을 35화까지 쓰고 도저히 안 되겠다고 편집자님께 메일을 쓰고 한동안 메일을 열지 않았다.
며칠이 지난 뒤 열어본 메일에는 편집자님의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작가라 더 이상 기회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완전히 다른 내용이라도 좋으니 계약을 해지하지 말고 써 달라는 내용이었다.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건 출판사였다.
초보작가와 한 계약이기 때문에 쉽게 생각할 줄 알았다. 돈을 많이 벌어준 작가도 아니어서, 그냥 알았다는 메일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달리 계약을 지키고 믿어주고 있는 건 출판사와 편집자님이었다.
너무 죄송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지만 다시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기로 했다.
네이버 시리즈와 카카오스토리의 최신 동향을 AI에게 묻기도 하고, 내가 습작처럼 500자도 안 되게 끄적거려 놓은 짧은 것들을 살펴보기도 했다. 그러다, 이 정도면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작품 몇 개를 찾아냈다. 캐릭터만 잡아놓은 것들이라 각 회를 중심으로 내용의 뼈대를 잡아야 한다.
한번 실수를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생각나는 대로 쓰기보다는 각 회의 스토리를 미리 기획해 놓고 글로 옮기는 작업으로 하기로 했다. 나의 약점은 시작은 쑤욱 나가는데 15회부터 다음 스토리 나가는 게 정체되는 게 문제이기도 했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지.
묘사가 약하기도 한데...
너무 부족한 점이 많은데, 그래도 할 수 있을까?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한자씩 완성해 가는 길목을 막고 있다.
그냥 쓴다는 게 참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스토리를 만들고, 인물에 색을 입혀 출판하는 모든 작가님들이 존경스러워지는 시간이다.
아는 동생에게 이번에 글을 중단하게 되었다고 했을 때, 그녀는 하루에 한 줄이라도 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쓰는 동안 즐겁지 않았냐고. 그 기분으로 계속하는 거라고.
쓰는 동안 나는.... 즐거울 때도 있었다.
머리를 쥐어짜 내며 괴로운 시간도, 도망만 다닌 시간도 있지만, 분명 쓰는 동안 즐거운 시간도 있었다.
그 즐거웠던 시간을 생각하며 새로운 폴더를 만들었다.
완전히 다른 내용이지만, 작품을 완성해서 출판하겠다는 약속을 위해.
말을 뱉은 순간 계약은 이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