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고 미워하진 않으리.

by 글맘 라욤

발달장애 첫째를 키우면서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은 친정엄마였다.


엄마는 다니던 회사도 관두고 아이를 봐 주셨고, 서울을 떠나 경기도 외곽으로 이사할 때도 같이 와 주셨다.

당신 집과 우리 집을 오가며 9년 가까이 둘째를 둘봐주셨다.

그래서 엄마는 나에게 최선을 다했고 생각하고,

나 역시 엄마가 계시는 동안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연세가 드시고, 아무래도 외곽에 위치한 우리집에서는 병원가기가 불편했다.

엄마께 병원을 다니기 위해서라도 서울로 완전히 가시는 게 좋겠다고 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물리적인 거리를 두게 되었다.


엄마와 물리적 거리를 두면서 아무래도 난 좀 무심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원래 내 성격이 나온다고 할까.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고 했던가. 엄마는 점점 나에게 섭섭한 일들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아주 사소하지만 커다란 일이 있었다.

초복이 되었고, 집에서 우리는 치킨을 시켜 먹었다.

외곽에 사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유독 친한 이웃이 생기기 마련인데, 우리는 뒷집과 아주 친한 편이다.

어르신들이 아이들도 잘 챙겨주시고, 반찬도 자주 해서 주시기 때문에 치킨을 사오면서 뒷집 것도 함께 사 왔다. 별 생각없이 지난 일이었는데..


엄마에게 몇 일 지난 다음 카톡이 왔다.

치킨 사진이었다. 이모 아들이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난 그냥 사촌동생이 신경써줘서 고맙다는 간단한 답변만 보냈다.


그 카톡을 끝으로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이드신 분이 전화를 받지 않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계속되는 부재중 통화 끝에 엄마에게 톡이 왔다.


[잘 있으니 신경쓰지 마라.]


그 순간 알았다.

엄마는 삐졌다!!!!


초복에 딸이 치킨을 시켜주지 않아서 삐지신 거다.

뒷집에 확인해 보니, 우리가 치킨을 사 드렸다는 이야기를 엄마에게 했다는 것이었다.

(뒷집은 우리 엄마와도 연락을 할 정도로 친하게 지내신다.)


이틀 정도가 지나고 엄마에게 문자가 왔다.


[너희들 마음속에 내가 없는데, 누구를 탓하겠냐. 이 일은 더이상 이야기하지 말아라.]


엄마에게 조만간 엄마집에 가겠다고 하며 내 생각이 짧았다고 사죄의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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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건 섭섭한 일들이 늘어가는 거 같다.

엄마는 늘 이야기한다. 돈 줄때 자식이지, 돈 받기 시작하면 상전이라고.

자식이자 상전인 나는 점점 더 엄마가 어렵다.


마음에 드는 자식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그래도 엄마의 비유를 맞추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는 중이다. 가끔 엄마 마음에 들지는 않겠지만, 그게 최선이라는 걸 엄마는 인정해 주지 않는다.


엄마는 딸만 둘이고, 난 아들만 둘이다.

엄마에게 딸은 나라는 존재는 기대도 되는 존재인 걸까?

나는 아들에게 기대도 되는 존재일까?

아마도 난 아들에게 기대지 못할 거다.

그렇게 키우지를 못했다.


부모가 나이 들어가고, 나 역시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나만은 가슴속에 섭섭함이 있어도, 바로 쏟아내지 않는 그런 어른이 되길

나에게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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