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아야 한다.

by 글맘 라욤

오늘 학교 2학기 면담이 있었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을지 다소 긴장되기도 하고, 학교생활에 대해 들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친구와 만나 점심을 먹고 있는데,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같은 반 친구가 앉아있는 아이를 물어서 다쳤다는 내용이었다.


혹시 저희 아이가 먼저 공격을 했나요?


선생님은 아니라면서 가만히 앉아 있는 아이에게 다른 친구가 그랬다고 했다.

선생님이 많다고 해도, 잠깐의 틈은 있기 마련이고 주로 사건은 급식실이나 쉬는 시간에 일어나기 마련이다. 알겠다고 하고 면담시간에 뵙자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보내주신 사진을 보니, 아무래도 옷 위로 물어서인지 아주 심하게 다친 거 같진 않았다.


1학기 때 선생님은... 공격성 있는 아이는 사랑받기 힘들다고 하면서 사랑받는 아이로 키우는 게 첫째라고 했다. 다행히 2학기 들어서는 차분해지고 공격적인 성향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 조금 더 잘하고 있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학교에 오면 실내화 갈아 신고, 제자리에 신발 넣고

자리에 앉아 친구들이 하는 걸 보기도 하고, 선생님이 하라고 하는 걸 그래도 하기도 하고

수업이 끝나기 전에 이탈하던 모습도 2학기 들어서는 많이 없어졌다고 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걸 물으니...

이제 아이와 학교를 졸업하고 집에서 누군가 돌봐줘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아이가 할 수 있는 집안일을 교육시키라고 했다.


맞다.

아이는 더 이상 학습이 필요하지 않다.

생활습관이 필요했다.


신발을 정리하고, 자신이 먹은 컵을 싱크대에 가져다 두고, 그의 옷을 세탁기에 넣는 그런 소소한 일상을 아이는 배워야 한다.


어느 엄마가 아이에게 수건 개는 걸 가리키는 게 좋다고 했다.

수건을 접어서 제자리에 두는 것으로 시작해서 청소를 가리키고, 설거지를 시키고 그리고 요리하는 걸 가리키면 그래도 혼자 조금은 살 수 있다고.


아이에게 무엇을 가리켜야 하나...

우선 밀대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수건을 개는 건 손과 눈의 협응이라 조금 어려울 수 있어 아이의 수준으로 봤을 때 밀대부터 차츰 가리키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둘째 이야기도 했다.

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차츰 해 나가고 있고 점점 더 잘해나가고 있다고.

이제는 둘째의 말을 듣고 집중할 때라고.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둘째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는 게 지금 이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중요할 수 있다고. 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 둘째..

5학년이 되면 엄마와 차츰 말을 안 하기 시작한다고 '형'에게 치인 둘째에게 집중적으로 그 아이의 이야기만 듣는 시간을 만들라고 했다.


난 참 둘째에게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온전한 마음을 다해 둘째에게 집중한 적이 있었나?

항상 둘째와 함께 있어도 "잠깐만 형 뭐하는지 보고 올게." 그렇게 말하고, 집중하는 척하면서 첫째가 뭐하는지 살피기 바빴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남들 눈에는 보였다.


면담을 마치고 미친듯한 피로감이 밀려왔다.


좋은 말씀을 듣고 아이도 잘 지낸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왜 이토록 난 피곤한 걸까?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빈틈을 보여서일까? 이 정도면 괜찮지라고 생각한 나의 모습을 뫘기 때문일까?

첫째 아이에 대해 내 머리에 OFF버튼을 누르고 둘째에게만 집중했던 시간이 없었음을... 착각 속에 내가 있었음에 뭔가 두둥 맞은 거 같다.


너무 사랑하는 우리 둘째...

그런데, 그 둘째의 이야기는 건성으로 듣고 있었던 거 같다.

말할 때가 좋은 거라고 다들 이야기한다. 오늘은 아이의 이야기에 집중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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