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문제? 부부문제?

by 글맘 라욤

병원 예약이 있는 날.

오후 시간에 예약이 되면 좋으련만, 교수님 시간이 안된다고 해서 오전 10시에 예약이 되었다.

8시부터 서둘러서 나갔음에도 대학병원으로 가는 길은 막히기만 했다.

운전을 하는 남편의 표정은 계속 굳어있었고, 원래 가던 주차장 대신 어린이병원 입구에 차를 세우고 나와 아이를 먼저 들어가라고 했다.

아이는 차에서 안 내리겠다고 난리난리.

그렇게 한참을 실갱이하다가 차에 내리고 진료 접수를 하기 위해 병원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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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악"

거리며 소리치고, 병원 로비를 뛰어 다니는 아이를 어린 아이들과 부모들이 쳐다보고.

난 그 시선을 무시하며 아이의 손을 잡고 최대한 달래면서 진료실이 있는 2층으로 향했다.


2층 진료실 앞에서 아이는 내가 수납을 하는 동안 (요새 병원은 진료를 보기 위해서는 우선 수납부터 해야했다.) 아이가 곁에 있던 4살정도 된 아이의 머리핀을 잡아빼는 사고가 터졌다.

한참을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를 하고, 결국 그 아이 아버지가 한참 있다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를 끌고 진료실 앞으로 갔다.


다행히 그때부터는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그래도 소리를 치고 벌떡 일어나려고 하긴 했지만, 주의를 주면 다시 자리에 앉아 진료보는 시간까지 기다릴 수 있었다.


차를 주차하고 온 신랑은 앉을 자리가 없어 계속 서 있고...

진료 예약시간보다 30분 정도 늦어진 후에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진료를 보기 하루 전 병원에서는 그동안 아이에게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와 의사에게 물어보고 싶은 사항을 적으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전날 이것저것 사소한 것까지 물어볼 내용을 적어놓았기에 의사와 조금은 원활하게 상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MRI와 뇌파 검사 일정을 잡고, 아이가 복용할 약 처방전을 가지고 나왔다.


"아이 핸드폰은 안 가져왔어?"


신랑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었다.

아이의 핸드폰을 챙기지 않은 내가 한심한 모양이었다.

변명은 아니지만, 나 역시 할 말은 있었다.

내가 생각한 동선은 이랬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아이와 함께 이동하면 내 핸드폰을 아이에게 주는 것만으로 해결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처방전이 나오면 병원 근처 약국(병원 근처 외래 약국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최소 30분 이상이 소요된다)을 신랑이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차를 주차한 곳을 아는 건 신랑이라 결국 내 핸드폰을 들고 아이는 아빠와 주차장으로 향했고, 약국에서 약을 받는 건 내가 되었다.


약을 타고, 주차한 곳을 찾아 차에 타니...


"주차 사전정산은 했어?"


"아니!"


난 다시 차에서 내려 사전정산하는 키오스크로 갔다. 그렇게 정산을 마치고 다시 차에 타자 침묵이 흘렀다.

그는 내 일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난 그가 내가 생각한 예상에 벗어나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를 사무실로 돌린 그는 내렸고, 나는 차를 몰고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은... 쉽지 않다.

아이는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검사가 있고, 정신과를 다니고 있으며, 치과 역시 대학병원으로 다니고 있다.

매달 가야 하는 병원과 3개월에 한번씩 가야 하는 병원 그리고, 6개월에 한 번씩 가야 하는 병원이 있는 셈이다. 그때마다 지치는 느낌이다. 신랑과 함께 간다고 아이를 돌보는 수고가 덜어지는 느낌 역시 많지 않다.

신랑과 나 둘 다 예민하고, 무슨 얘기를 해도 서로 날카로운 말이 나가게 된다.

이런 과정을 아직도 여러 개 남아있다.


12월에는 MRI 검사가.

내년 3월에는 뇌파 검사가.

협력해서 해야 할 검사가 이렇게 남아있다. 그리고, 이 검사는 이번으로 끝이 아니라 매년 해야 한다.


아이가 아픈 건 죄가 아니다.

하지만, 아이가 아프기 때문에 예민해지는 우리는 조금 반성할 필요가 있다.


신랑 탓만 하고 싶지만, 그럴수가 없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나 역시 신랑에게는 유독 뾰족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이 사람은 그 뾰족한 걸 못 견디는 것일텐데...


왜이리 이 사람과 사는 게 버거운지 모르겠다.

대화도 어렵고, 같이 공간에 있는 순간들이 어렵다.


결국 시간에 기대는 수 밖에 없다.

이 또한 지나가리...

숨 죽여 조금 말을 줄이고, 눈빛에 날카로움을 걷어내고, 시간에 기대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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