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시기행 1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유시민
"남부러울 것 없었던 어제의 미소년이 세싱의 모진 풍파를 겪은 끝에 주름진 얼굴을 가진 철학자가 되었다고 할까. 그 철학자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큰 소리로 말하지 않고 오랜 양복에 가려진 기품을 알아볼 책임을 온전히 여행자에게 맡겨두고 있었다. "
"귀족이었지만 평민파에 가담했고, 어떤 술수도 마다하지 않고 권력투쟁을 벌였지만 이긴 후에는 정적을 너그럽게 포용했다. 군사 쿠테타로 집권해 공화정을 사실상 폐지했지만 민중의 소망과 요구를 존중했다. 원로원의 부패 기득권 세력을 무너뜨리고 시민의 권리를 확장했으며 빈민과 해방 노예, 속주의 민중을 돕는 개혁조처를 밀어붙였다. 보기 드문 정치적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오랜 세월 경제적 문화적 번영을 누렸던 이 도시는 20세기에 터키공화국의 영토가 된 후 국제도시의 면모를 거의 다 잃고 말았다. 고대 그리스, 로마제국, 비잔틴제국의 역사와 문화는 실종되었고, 그 때 만든 몇몇 건축물만 박제당한 공룡처럼 덩그러니 남아 있다. (중략...) 예전의 이스탄불이 지녔던 문화적 종교적 민족적 다양성은 거의 다 사라졌다. 터키공화국이라는 그릇은 1500년 이어진 국제도시 이스탄불의 문화 자산을 담아낼만큼 크지 않았던 듯하다."
"나폴레옹은 여러 면에서 고대 로마의 카이사르와 비슷한 인생을 살았다. 제위에 올랐다는 점은 달랐지만, 그도 카이사르처럼 민중의 열망과 시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조세제도와 행정조직을 정비했고 제조업과 금융업을 진흥했으며, 공공교육법을 제정하고 법 앞에서의 평등과 경제활동의 자유를 기본정신으로 하는 민법 체계를 세웠다. 종교의 자유를 인정했으며 파벌을 가리지 않고 능력을 중심으로 인재를 중용하는 인사제도를 확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