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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랑 May 24. 2018

방콕한달살기 #00 Epilogue & Prologue

한달에 가까운 장기 태국 파견을 마치고.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습니다.

글을 조금 쓰고 싶어서 다시 브런치 계정을 살렸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기록용으로 남겨두고 싶어서 다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작성할 글들2018년 4월 23일부터 5월 24일까지 약 한 달 동안 태국 방콕에서 지내 된 이야기와, 거기서 겪은 일들, 그리고 보고 듣고 느끼게 된 것들을 소소하게 적어나가려고 합니다.

방콕에 있는 동안 틈틈이 적어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마음의 여유가 생기질 않더군요. 한달간의 생활을 마치고 나니 비로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 글은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첫번째 도입부가 될 예정입니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아마 처음 시작은 2월 말 경이었을까.
비교적 나를 좋게 봐주는 회사 A선배가

예랑아 이것 좀 도와줘 볼래?”라며

맞은편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던 나에게 말을 걸었을 때였다.

구글링해서 찾은 이미지인데, 대략 우리 회사 업무 테이블은 이런 느낌이다. 서로 노트북을 가져와 일하고 칸막이는 매우 낮으며 쓰레기인지 자료인지 구분안가는 서류들이 널부러져 있다.


“선배 그게 뭐예요?”


“너 선배가 이거 때문에 최근에 계속 고생 중인 거 모르니?”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태국에서 행사를 열어서 아세안(ASEAN)에서 전략적 비즈니스 관문으로서 태국을 집중 조명해보자는 이야기였다. 전략적 비즈니스는 뭐지? 아세안에서? 왜 하필 태국이지? 일단 뭐가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선배가 부탁하니 머리를 쥐어짜고 구글링을 통해 그럴싸해 보이는 표현을 몇 가지 고안해서 건네 드렸다.



“선배 근데 그 행사는 언제 하는 거예요?”


“오 관심있냐? 5월 16~17일에 방콕에서 할 거야.”


“에이~ 아니에요. 그 때 방콕이면 엄청 덥겠네요.”



방콕이라.

틈만 나면 비행기 타고 해외로 나가는 데 맛들인 나에게 갑자기 느낌이 왔다.

뭔가 고생을 하겠지만, 그래도 회사 돈으로 해외로 출장을 가는 거니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상상했던 방콕의 일부다


방콕에는 한 번도 가본적이 없었다.

게다가 태국은 일년 내내 더운 나라라서 날씨도 따뜻할 것이다. 높은 빌딩과 아름다운 자연이 동시에 머릿속을 교차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사원들을 보기만 해도 양손이 저절로 합장하게 될 것 같았다.

푸른 바다와 녹음진 숲을 생각하니 마음이 탁 트이기 시작했다. 미세먼지도 심하지 않을 것 같았다(처음 A선배와 이 대화를 나눌 시기에 서울의 공기질은 그 어느 때보다 최악이었고, 심각한 경우에는 미세먼지 지수가 200 이상인 최악을 기록하곤 했다).

이런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허파가 맑아지는 기분이다.


게다가 태국 음식은 정말 맛있지 않나.

2년 전 처음으로 태국을 방문했는데, 그 때 푸켓을 갔다. 이태원이 아닌 본고장 태국에서 먹는 태국 음식의 매력에 빠지게 됐었다.

따뜻한 날씨 덕에 달고 맛있는 열대 과일하며, 한국보다 저렴하고 통통한 해산물들, 피쉬소스의 강렬한 향과 새콤매콤함이 입에 남는 쏨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팟타이 등... 아 글을 쓰면서 생각하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왼쪽부터 쏨땀, 땡모반, 팟타이. 아 분명 어제 밤에 먹었는데 또 땡긴다...쩝...


나는 그 자리에서 A선배한테는 관심이 없다고 말을 했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방콕이라는 도시에 대한 호기심은 계속 마음에 남았다.



그 때 나는 몰랐다.


내가 한 달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방콕에 파견을 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방콕에서 마주치게 될 여러 가지 도전과 사건 사고들에 대해.

그저 나는 어떻게하면 출장으로 방콕에 가볼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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