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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랑 May 25. 2018

방콕한달살기 #01 갑작스러운 파견  

갑자기 걸려오는 부장님의 전화에는 뭔가 의도가 있다.

본격적으로 태국 포럼팀에 파견 간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주절거림이 많습니다. 아직까지는 어떻게 태국에 가게 되었는지, 결정된 이후에 개인적 심적 변화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나중에 있을 저의 깨달음들을 위해서는 이번 한달간의 생활에 대해 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몸풀기로 가볍게 읽어주세요.




“네가 태국 포럼 팀에 파견가게 됐다. 원래 취재 업무에 지장이 안가도록 최대한 늦게 가게 해달라고 말해서 너는 4월 16일부터 파견을 가게 될 거야. 해외에서 하는 포럼은 처음일텐데, 다른 선배들이랑 잘 준비해보렴.”


증권사 기자실은 대략 이런 느낌. 아니 이것보다 칸막이가 더 높다.

3월 초, 여의도의 한 증권사 기자실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부장님한테서 전화가 걸려와 당황했다. 평소에 부장님과는 전화보다는 카톡이나 다른 메신저로 대화하는 걸 선호하는데,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잠시 머뭇거리다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그랬더니 부장님은 나에게 “수고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두둥.

지난번에 A선배를 도와드린 게 아마 계기가 되었나?

나는 가고 싶다는 신호를 보인 적이 없었는데, A선배에게는 내가 관심이 있다고 비쳐졌나 보다. 아니면 여행가고 싶다는 욕망이 흘러나와 티가 났던 것일까?

오 헤드에이크 토우텅 즈츠우 머뤼아파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잠시 조용히 생각을 하고 싶어 스마트폰을 두고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그 사이에 전화 한 통이 와있었다. A선배였다. 다시 내가 전화를 걸까 하다가, 갑자기 급한 일이 다시 생각나서 ‘나중에 다시 해야지’ 하는 마음에 뒤로 남겨뒀다. 그랬더니 A선배한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너 왜 선배 전화 피하냐. (나: 하하 선배 그런거 아니예요~) 다름 아니라 너도 이야기 들었겠지만, 태국 포럼 팀으로 파견가게 됐어. 너 말고 다른 멤버는 B, C, D가 있고 다들 너보다 먼저 파견 와서 일하기 시작할거야. B는 이미 나랑 같이 준비하고 있고. 아마 너는 선발대로 떠나게 될지도 몰라. 아직 정해진 건 아니지만, 출발 일정이 정해지게 되면 알려줄게. 너에 대한 기대가 크다. 잘해보자.”



뭘 기대한다는 걸까.

부장님과 A선배의 전화에 나는 착잡한 기분에 빠졌다.



처음에는 방콕에 출장을 가면 재밌을지도 모를 거라는 기대감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 반반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감과 호기심이 더 앞섰다.


막상 결정되고 나니 직접 행사를 준비해야 할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비슷한 일을 몇 번 해보긴 했는데, 그 때마다 너무 힘들고 자괴감에 빠졌다. 이것은 본래 내가 해야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또 하면서 회사에 불만은 엄청나게 해대겠지. 근데 이걸 한국이 아니라 해외에서 해야 한다니, 예측할 수 없는 어려움과 고난이 올 것 같다는 걱정이 밀려왔다.



자꾸 고민하니 머리가 무겁다. 아니야,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꿔봤다.

그래, 기왕에 태국 포럼 팀에 파견가고 방콕으로 가는 거, 가는 김에 제대로 태국이라는 나라를, 방콕이라는 도시를 느껴보고 오자. 어짜피 결정된 걸 돌이킬 수 없다면 가장 즐겁고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고민 끝에 행사 일정이 끝나는 바로 다음 주 며칠 동안 연차를 사용하겠다고 결심했다. 행사를 마치고 연이어 방콕에 남아 여행을 하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A선배의 협조가 필요하다. 모든 실무를 관장하는 A선배가 항공권을 예매 확정하기 전에 미리 말씀을 드려야했다.
하지만 파견 확정을 받자마자 이 얘기를 꺼내면, 놀 궁리만 하는 애로 비춰질 것 같았다. 타이밍을 잘 봐야한다. 당시의 나는 이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때만 해도 나는 미처 내가 한 달이나 방콕에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는 걸 몰랐다. 기껏해야 2주? 정도 출장으로 가 있고 연차휴가를 붙이면 20일 정도 되겠지 싶었다.
그리고 나는 5월의 방콕 날씨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5월의 방콕은 우기였다. 비가 내리는구나...!

최고기온이 34도에 서울의 한여름보다 덥다...라... 그래, 잘 버틸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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