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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림 Nov 20. 2020

나의 시간 톺아보기

#2. <모모> + <잃어버린 것>


미하엘 엔데, <모모>, 비룡소

 <모모>는 ‘시간을 훔치는’ 회색 신사들로부터 ‘시간을 찾아 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다. 소녀의 이름은 모모, 이상한 모습의 소녀가 그 주인공이다. 깡마르고 작은 키에 도무지 나이를 알 수 없는 외모를 가졌다. 칠흑같이 검은 머리는 마구 뒤엉켜있고 깜짝 놀랄 만큼 예쁜 커다란 눈”을 제외하면 예쁜 구석이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도 마을 사람들은 모모를 만난 것을 행운이라 생각하며 “모모에게 가보세.”라는 말을 자주 한다. 모모에게는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재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재주가 어른들과 친해진 인기의 비결이라면, 모모는 새로운 놀이, 멋진 놀이를 떠올리게 하는 매력으로 아이들을 모이게 했다. 그러나 모모와 친구들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몰려들기 시작한다. 바로 회색 신사들이다. 그들은 우아한 회색 승용차, 잿빛 시가와 중절모, 서류가방과 수첩을 들고 바삐 움직인다. “시간은 돈과 같다.”며 시간낭비를 줄이고 절약하는 삶을 살아야한다고 사람들의 설득하고 변화시킨다. 사람들이 시간을 아끼고 절약할수록 삶은 점점 피곤해지고 획일화되고 냉랭해졌다.     

숀 탠, <잃어버린 것>, 사계절

 이는 산업사회 이후 우리의 모습이다. 늘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 시간을 아낄수록 삶의 여유는 점점 줄어드는 아이러니를 겪는다. 숀 탠의 그림책 <잃어버린 것>에는 ‘너무 바쁜 까닭에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주는 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여놓았다. 전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 틈에 병뚜껑 수집이 취미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는 어느 여름, 바닷가에서 이상한 물체를 발견하고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누구의 것인지 알아내지 못한 채 버려진 것의 제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알 수 없는 거리의 좁은 틈새에서 신기한 세계로 향하는 문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그것’과 작별하고 돌아서는 내용이다. 모모를 읽은 나의 마음도 다시 돌아선 주인공과 같다. 무언가 잊으면 안 될 것 같은데, 다시 현실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한참을 잊고 지내다가 어느 순간 삶이 피폐하다 느껴질 때 어렴풋이 떠오르는 모모. 모모는 라틴어로 ‘지금’이라는 ‘mo’를 두 번 강조하는 셈이다. 지금, 바로 지금,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톺아보아야 한다.    

 

 시간을 도둑질한 회색신사들에게서 시간을 되찾도록 도와준 인물은 호라 박사다. 본명은 ‘세쿤두스 마누티우스 호라’, 라틴어로 초, 분, 시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한다. 호라 박사의 ‘아무데도 없는 집’에 가기위해 카시오페이아라는 거북이가 모모를 도와주는데, 그곳에 도달하는 결정적 방법은 ‘뒷걸음질 치는’ 것이었다. “뒷걸음질 쳐봐!”라는 카시오페이아의 말은 혁명에 가깝다. 뒷걸음질 쳐서 도착한 곳에서 모모는 시간의 비밀을 알게 되고, 시간의 꽃을 만난다. 호라 박사는 시간을 모두에게 나누어주는 관리자일 뿐, 자기의 시간을 어따ᅠ갛게 쓸 것인가는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정할 몫이라 못 박는다. 눈으로는 보고, 귀로는 듣듯, 각자의 시간을 가슴으로 느낀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가슴 뛰는 삶이 곧 나의 시간이리라.      


 우리는 모두 가슴 뛰는 삶을 꿈꾼다. 모모에게 가보자. 모모가 특히 좋아하는 친구, 말 잘하는 청년 기기와 말 없는 노인 베포와 함께. 나는 이들 모모 삼총사의 수수께기를 풀어본다. 여기에는 가슴 뛰는 삶을 위한 비밀전략이 있다. 모모가 경청의 달인이라면, 기기는 말하기의 달인, 베포는 사유하기의 달인이다. 모모가 어린아이라면, 기기는 젊은 청년, 베포는 노인, 전 생애를 거쳐 내가 추구해야할 전략을 이들 삼총사가 보여준다. 모모와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면서 기기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나도 만들어간다. 그것이 진짜가 아닌 허구의 이야기라 해도, 문학이라는 장르가 주는 역설과 아이러니의 진실을. 가짜가 진짜일 수도 있는 그 매력을 놓치지 않고 싶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또한 삶의 바탕을 든든한 뿌리처럼 지탱해 주는 것은 도로 청소부 베포의 모습이다. “천천히, 하지만 쉬지 않고” 쓰는 도로 청소부 베포의 비질. 그는 말한다.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그러면 일을 하는 게 즐겁지. 그게 중요한 거야. 그러면 일을 잘 해 낼 수 있어. 그래야 하는 거야.” 


 걸음-호흡-비질, 세 단계를 읊조려 본다. 즐겁게 가슴 뛰는 삶을 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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