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적응기
어느덧 마카오 생활 8년 차에 접어들었다. 이젠 마카오도 내 집 같고, 모든 것이 일상이 되어버려 익숙하기만 하다. 하지만 처음에 마카오에 왔을 때, 영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처음 와서 충격을 받았던 일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1.
마카오는 날씨가 습하고 일조량이 많을 때는 많아서 그런지, 벌레들의 크기가 상당히 크고 강력하다. 여름철부터 늦가을까지 모기들이 많은데, 한번 물리면 한국에서 처럼 그 부분이 볼록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그냥 탱탱 붓는다. 그리고 미친 듯이 간지럽다. 마치 한국에서 산 모기나, 저수지에서 낚시하다가 물리는 모기 정도라고 할까?
하지만 모기보다 충격적이었던 건 바로 바퀴벌레이다. 마카오에는 바퀴벌레가 아주 많다. 그리고 그 크기가 엄지손가락 만하다. 정말 정말 크고, 길바닥에도 널려 있고 집안이던, 레스토랑이 건 종종 보인다. 너무 커서 약간 매미 같기도 하고, 심지어 날아다니기까지 한다. 나는 처음에 와서 길바닥에 돌아다니는 바퀴벌레를 보고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단 크기에 압도당하고, 그 빠르기에 압도당한다. 아무리 집이 깨끗해도 바퀴벌레는 하수구나 틈새로 돌아다니기 때문에, 집에 있는 하수구를 테이프로 막는 것이 좋고, 주기적으로 바퀴벌레 퇴치약을 바꿔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음식은 무조건 냉장고 안에 넣어야 한다.
2.
마카오는 분리수거를 안 한다. 한국에서는 음식물 따로, 플라스틱, 유리병, 비닐 등등 하나하나 잘 처리해서 버리게 되어있지 않은가? 쓰레기도 종량제 봉투를 따로 구입해서 버려야 하고 아파트 단지마다 분리수거를 하도록 나뉘어있다.
하지만 마카오는 그런 게 없다. 층마다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창고 같은 공간에 커다란 쓰레기통이 있는데 그냥 거기에다가 버리면 된다. 물론 바깥으로 나가지 않아도 돼서 편리하긴 하다. 그리고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 음식물 쓰레기 든, 종이 든, 플라스틱이든 그냥 마구 모아서 봉지에 넣어 버리면 된다.
종량제 봉투가 필요할까? 아니다, 그냥 아무 봉지에다가 넣어서 버리면 된다. 처음엔 이렇게 막 버리는 것에 대해 충격받았다. 이걸 그냥 다 매립해 버리는 건지, 가뜩이나 땅도 좁은데 도대체 어디다 이 많은 양을 그냥 매립해 버리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 이렇게 막 버리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오히려 한국을 가면 더 불편하다. 아주 못된 버릇이 생겨버렸다.
그래도 2020년부터 마카오 정부에서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실행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아파트 1층에 플라스틱, 캔, 종이로 분리된 쓰레기통이 있고 자율적으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처럼 반 강제적으로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큰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을 위해서라도 그게 맞다고 보인다. 한국처럼 일회용 컵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을 자제하기 위해 노력 중이기도 하다.
3.
한국에서는 패스트푸드 점이나 커피숍에 가면 자기가 먹은 음식과 쟁반, 유리컵들은 본인들이 나갈 때 가져가서 치워야 하지 않는가? 중국뿐만 아니라 마카오에서는 그런 문화가 없다. 패스트푸드 점에서 자기가 먹은 것을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고 가면, 직원이 치워준다. 스타벅스나 다른 커피숍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는 한국식 문화에 익숙해져서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가져다가 치우면 ‘우와... 너무 착한 사람이야...’라는 눈빛으로 고맙다고 한다. 아니면 ‘뭐야?’라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런데, 나도 여기에 오래 살다 보니 못된 버릇을 배워 버려서 이제 두고 가는 게 더 익숙해져 버렸다. 그런데 한국을 가서도 그 버릇을 못 고치고 그냥 나와버리는 중국식 비매너를 가지게 되었다. 가끔 한국에서 마카오에서 살던 동기들끼리 만나서 수다 떨고 자연스럽게 그냥 두고 나와버리다가, “어머 어머, 우리 너무 중국 스타일이야... 치우고 가자...” 하곤 한다. 지금 스타벅스에 있는데, 생각 난 김에 꼭 내가 먹은 건 치워 주고 나와야겠다. 여기선 치워 주는 게 더 이상한 행동이긴 하지만.
4.
마카오에는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다. 탈 수 있는 교통수단 이라고는 택시와 버스가 전부다. 그런데 택시 기사들은 보통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고, 외국인한테는 바가지요금을 씌우기 일쑤다. 그래서 택시 탈 때마다 택시 기사와 싸운 적도 엄청 많다. 정말 스트레스 주는 그들... 버스는 싸울 일 은 없지만, 버스 노선이 광둥어와 포르투갈어로 만 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곳에 가려면 길을 헤매거나 헷갈리기 쉽다. 나는 택시 기사랑 하도 싸우는 게 지겹고 화가 나서 직접 운전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택시 기사랑 안 싸우니까 한결 정신 건강에 좋다.
나는 오랜만에 한국을 가면 그렇게 지하철 타는 게 좋다. 예전에 학생 일 때 생각도 많이 나고, 지하철 자체를 너무 오랜만에 타다 보니 ‘내가 한국에 있구나’라는 느낌을 즐기며 옛 생각에 젖어들곤 한다.
마카오에서는 현재 지상철 공사를 마치고 운영을 시작했다. 물론 노선이 많지도 않고, 가격도 그렇게 저렴하지는 않지만, 지나가면서 풍경도 볼 수 있고 시설도 깨끗하니 마카오 여행을 와서 한 번쯤 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5.
마카오에서는 주차장을 월세로 렌트해야 한다. 아무래도 사는 사람 대비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자기 차를 사기 위해서는 주차장도 같이 렌트를 하던지, 사야 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그 조그만 주차 공간 하나가 1억이 넘는다. 나는 안타깝지만 그럴 돈이 없어서 현재 렌트를 하고 있는데, 한국 돈으로 월 30만 원 정도를 내고 있다. 기름값은 한국에 비해 저렴한 편이기는 하나, 주차비와 보험비를 내면 자동차 유지비가 꽤 나온다.
그리고 주차장은 지하 주차장이 별로 없다. 마카오는 태풍이 잦은 곳이기 때문에, 바로 바다가 옆에 있는 마카오는 조금만 수위가 넘쳐도 물바다가 된다. 그래서 지하 주차장은 그냥 바로 잠겨버리게 된다. 보통 건물은 1,2 층은 상가이고, 3층 이상부터 주차장 그리고 그 위로 주거지가 들어서 있는 모양새다. 얼마 전에 태풍 하토로 심하게 피해를 입었을 때, 지하 주차장에 주차해 놓은 차를 가지러 가다가 급격하게 불어난 물이 주차장을 덮치는 바람에 많은 희생자가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보통은 지하 주차장에는 주차를 잘하지 않거니와 지하 주차장이 많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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