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사람들이 보는 한국인
외국에 살다 보면 한국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여러 가지 질문을 받기 마련이다. 유럽이나 북미 쪽을 가게 되면 '웨얼 아유 프럼?'이라고 했을 때 '프럼 코리아'라고 답하면 '사우스? 노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한국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이 궁금해서 질문을 한다. 물론 전보다는 한국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아진 것만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전에 프랑스로 여행 갔을 때, 바에서 어떤 모로코 여자애가 한국말로 말을 걸면서 방탄 소년단을 아냐며, 혼자 독학한 한국어를 써보고 싶다고 말을 걸었다. (심지어 너무 잘해서 깜놀)
마카오에서는 아무래도 한국에 대한 정보나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으므로 한국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받곤 한다. 가끔은 재밌기도, 가끔은 씁쓸하기도 했던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1. 왜 마카오에서 일하니?
한국인이 마카오까지 와서 일을 하려 한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는다. 도대체 왜 때문에 한국이라는 잘 사는 나라에서 굳이 마카오까지 와서 중국사람들을 상대하며 힘들게 일 하냐는 거다.
이들이 보기에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훨씬 재밌고, 잘 살고, 선진국인 나라인데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해서 상당히 높은 교육까지 받은 한국 사람들이 굳이 마카오에서 승무원으로 근무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때마다 하는 답은 보통,
"한국은 승무원이 상당히 인기 있는 직업이라 되기가 힘들다"
"한국 항공사는 시니어 리티가 심해서 외국 승무원으로 일하고 싶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온 것이다"
라고 대답하지만, 속마음으로는 '그러게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라고 대답한다.
2. 성형 어디 했니?
씁쓸하지만, 한국이 성형 대국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퍼져 있다. 이상하게도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인이라면 99.99%는 성형을 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이라고 얘기하면 거의 대부분 하는 그다음 질문은 "너는 어디 어디 성형했니?"이다. 처음에는 성형수술이라는 중국어를 못 알아 들어서 "미안 미안, 못 알아듣겠어"라고 하니 구글 번역기까지 열심히 돌리며 끝끝내 나에게 질문을 했다. 화면에는 "성형 수술"이라는 단어가 있었고... "나 성형 안 했는데??" 라 하니 믿어 주지도 않는다... 이들은 한국 사람 중 쌍꺼풀이 있으면 백 프로 수술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
"너희는 딸이 성인이 되면 선물로 쌍꺼풀 수술을 해준다며?" 라며 구체적인 예까지 들어 보였다. 한국으로 비행을 가게 되면, 크루들은 하나 같이 한국인들에게 물광주사나 보톡스 괜찮은 병원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 처음에는 나도 안 맞아 봐서 잘 모르는데...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크루들이 자주 가는 명동으로 그냥 가라고 당연스레 추천을 해주게 되었다.
3. 화장품 뭐 쓰니?
K 뷰티는 K 팝만큼이나 외국인 여자들 사이에서는 명성이 자자하고, 한국인들은 피부가 좋다는 아주 기분 좋은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쓰는 한국 제품이 당연히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 사람들은 스트릿 저가 브랜드를 그렇게 많이 쓰지 않는다. 내가 화장품 파우치라도 열라 치면, 외국인 아이들은 득달 같이 달려들어 뭐가 있나 쳐다본다. 그리고 실망한다. 내 파우치에는 한국 제품이 사실 별로 없다.. 거의 맥이나 메이크업 포레버, 립셍로랑 같은 외국 제품들인데, 한국인이 왜 한국 제품을 잘 안 쓰는지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외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한국 제품들을 하나둘씩 써보기 시작했다.
한 번은 손님분들이 내 화장품이 뭐냐고 물어봐서 마침, 한국 제품을 썼기에 내 파우치 통째로 가져가서 '마음껏 보시오'라고 줬더니 그 주변 모든 손님들이 다들 사진 찍고 난리가 났었다. 괜히 민간 외교관 된 것 같이 뿌듯 뿌듯.
4. 남북 전쟁의 가능성에 대해
한국 사람들이 워낙 북핵의 위협이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이골이 난 건지, 북한의 도발이 하루 이틀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별 관심이 없지만, 외국인들은 아니다. 도발을 했다고 뉴스에라도 나면, 난리가 난다. 전쟁이 나면 어쩌니, 너희 부모님은 어쩌니, 무섭지 않니, 진짜 전쟁이 날 거라고 생각하니 하면서 나와 열띤 토론을 하고 싶어 한다. 한국은 지금 어떤 상태 나며, 빨리 전쟁을 대비해서 물품을 사라는 둥. 그때마다 나는 한마디 해준다.
"우리는 어제와 오늘 똑같아.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아. 그리고 전쟁은 안 날 거야"
우리 시부모님도 북한 뉴스만 보면, 걱정을 하시며 전화를 하신다.
"너희 부모님이랑 오빠 일단 마카오에 몇 달 지내라고 하는 게 어때?'
어머님 아버님...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를 외치며 안심시켜 드리기에 급급하다. 마카오에는 매일 같이 한국, 북한에 대한 뉴스가 자주 나온다. 가끔 한국 뉴스에서도 못 보던 얘기를 마카오 뉴스에서 볼 때도 있다.
5. 드라마, 영화, 가수에 대한 질문
뭐, 이제 전 세계적으로 날이갈 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K POP에 대한 얘기는 빠지지 않는다.
처음 마카오 왔을 때는 나만 보면 외국인 친구들이 '노바디 노바디 벗 쮸!' 얘기를 해서 좋아하지도 않는 노바디 춤을 같이 춰줬다..
싸이 강남스타일 이후에는 K POP이 마카오를 지배한 것 같다. 길이나 매장을 가도 여기가 한국인지 마카온지 모를 정도로 한국 노래들이 들려온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좀 유명한 빅뱅이나, 싸이 정도만 들려왔는데, 이제는 정말 실시간 신곡이 들려온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지나가는데 싸이 노래에 맞추어 아줌마 아저씨들이 아침 운동을 하고 계셨다.
마카오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다고나 할까?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좋고, 한류 스타들 덕분에 한국인이라면 그냥 이유 없이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가슴 딱! 펴고 다닐 수 있다. 나는 한국 영화배우 분들, K POP 가수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분들 덕분에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아무것도 아닌 내가 이렇게 관심받고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됐으니 말이다.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 부탁드립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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