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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영주 Apr 27. 2019

[시드니책방] 시끄러운 고독

보흐밀 흐라발_ 시끄러운 고독 의 잔상



잠시여행갔던 포트스테판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을 여러사람들과 함께 읽을 기회를 얻었다

말로는 참 거창한거 같지만 소소하게 책을 읽는 독서모임을 하고 있는데 2달만에 드디어 내가 고른 책 시끄러운 고독을 가지고 이야기 하게 되었다



*

이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모든 소리를 차단하고 싶어서 평소에는 어지러히 듣던 노래도 멈추었다

이 책은 그렇게 해야만 할꺼 같았다 


그렇게 해야만 책을 읽은 나의 온 마음이 다 전해질 수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에



체코의 작가 밀란쿤데라를 읽게 된다면 누구나 다음은 보흐밀 흐라발로 넘어간다고들 한다.

나또한 참을수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시끄러운 고독까지 넘어갔으니, 

작가의 삶은 글자 하나하나에 묻히기 마련인데, 특히 보흐밀 흐라발은 이 책 그자체,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 한탸 그자체가 느껴진다. 어쩌면 나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망각까지 이끌만큼 이 소설 자체에 빠져든다.


*

날이면 날마다, 하루에도 열 번씩 나 자신으로부터 그렇게 멀리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에게 소외된 이방인이 되어 묵묵히 집으로 돌아온다..


사람은 고독한 존재라는 말을 좋아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끝에 느껴지는 고독감은 언제나 내 인생을 따라왔기 때문이다. 한탸가 시끄러운 폐지 압축기계속에서 고요한 자신의 고독감을 표한 것이 어쩌면 우리가 살고있는 이세상에서 느껴지는 고독감과 같지 않을까


나또한 함께 누군가와 살고 있지만 언제나 느껴지는 그 사이에서의 고독감을 다른이에게 설명하기 벅찼던것은 사실이다. 세상에 대해 우울해 보이기도하고, 염세주의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이 사람 사귀기에는 좋지는 않으니까. 이책은 사람의 그러한 심리를 그 고독함의 끝에 매달려있는 한 남자로 부터 표현했다. 


아, 그래 이게 내가 하고 싶었던 그말 이였어. 



*

책의 각 장은 한 폐지를 압축하는 한 남자에 대한 1인칭 시점의 모놀로그로 시작한다.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 스토리다..


삼십오년을 잉크와 얼룩 속에서 일해온 내가, 더럽고 냄새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선물과도 같은 멋진 책 한 권을 찾아낼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매 순간을 살아온 내가, 이제 비인간적인 백색 꾸러미들을 만들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다니..


그는 책을 정말 사랑했다. 폐지 압축작업을 할때 조차도 장갑 대신 맨손으로 책을 대했을 만큼.

가히 정신병과 같은 애정의 집착을 보이는 그에게,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2톤이 넘는 책더미와 그 더미속에서의 책에 대한 교양을 쌓아가며 자신이 그 일의 자체가 되어버린, 


그가 만들어 놓은 그만의 세계에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그냥 가볍게 보기엔 지금의 시간과 너무 닮아 있었다


그의 허름한 행색에 사회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기피하는 사람들. 

극변화하는 기술과 사회에 대한 환멸감 그리고 결국 적응 하지 못하는 기성 세대

일에 대한 가치, 희생 정신이 구세대적 사고방식이 되어버린 사회


그리고

시끄러운 소음속에서 느끼는 고독감과 고요함.





굴욕감에 잔뜩 긴장한 나는 뼛속 깊이 퍼뜩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새로운 삶에 절대로 적응할 수 없을 것이었다. 코페르니쿠스가 지구가 더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내자 대거 자살을 감행한 그 모든 수도사들처럼. 그때까지 삶을 지탱해준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그들은 상상할 수 없었던 거다


기존에 기성 세대가 느껴왔던 가치는 많은 희생을 불러왔다. 또 다른 행복을 위한, 가치를 위한 희생.

나름의 이유를 가진 기성세대는 지금의 세대에 "꼰대"라는 말로 그들의 이념과 신념이 낮춰지고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것이 당영한 관례라고 생각해왔고, 모두가 그러했던 기성세대에게 이러한 변화는 자신 자체를 부정해야만 하는 큰 산이 되어가고 있는것이다.


특히나 극변의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기성세대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할 뿐이다.



*

경제불황을 이기고 시작한 직업은 점차 3D직업이라는 칭호를 받고있었다

가장이라는 이름하에 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자신의 직업이 기피직업으로 자식들에게 까지 외면당하는 자신의 처지가 때로는 울컥할때도 있다. 나름의 지식과 노하우를 가지고 이분야에서는 최고로 자신했는데 그 자리 조차 한참이나 낮은 사회적인 위치에서 요즘 세대에게 바라보아 지고 있다.



그냥 가볍게 보기엔 지금의 시간과 너무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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