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여포가 하비성에서 조조군에게 포위되었을 때,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주색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다가,
어느날 아침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충격을 받아
잠시나마 정신을 차리고 수성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는 장면이 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부하들의 배신으로 최후를 맞는다.)
컴퓨터 모니터에 비친 나의 모습이 오늘 그러했다.
여포처럼 주색에 빠진 건 아니지만
이마에는 주름살이 서서히 드러나고,
눈은 총기를 잃었으며,
입가에는 아무리 신경써서 면도해도 감출 수 없는
수염자국이 자리를 잡았다.
모니터에 비친 내 모습에 애써 미소 지으며
여유를 찾아 보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느끼는 이 불안감과 초조함을
얼굴은 감추질 못하나 보다.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는데,
이래저래 책임을 지기 싫은,
나는 이 나이 먹고도 아직도 어른이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