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싶다 Jun 01. 2017

소나기

지금 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우산을 펼치는 사람들로 인해 알아차릴 수 있었던 빗줄기는

이내 눈에 띄게 굵어지기 시작했다.


요란한 천둥 번개가 쳤다.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가득했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쏟아지는 아침햇살을 막기 위해 

내렸던 블라인드를 다시 걷어 올렸다.


빗줄기가 창문을 때리며 경쾌하면서도 둔탁한 소리를 냈다.

세차게 흔들리는 가로수는 바람이 얼마나 강한지 말해주었다.

배수가 잘 되지 않는 거리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기고

그 위를 차들이 자기들과 상관없다는 듯 물을 튀기며 지나갔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줄어들었다.

우산이 없는 사람들은 각기 제 갈을 바삐 가거나,

아니면 건물 밖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나는 건물 안에서 한바탕 소나기를 피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인생에 있어서도 한 발짝 물러나서 고민하고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나도 거리를 바쁘게 내달리는 저들과 같았었는데,

지금은 그저 생각만 많고 갈 곳을 잃은 채, 

허무함으로 하루를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여유롭게 거리를 바라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하늘 한편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빗줄기도 가늘어졌다. 

사람들이 우산을 접고,

다시 거리에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나가고 싶어졌다.

조급해짐을 느꼈다. 


조금 더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급해지고 싶지 않다고 느끼면서.

좀 더 긴 호흡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가 

아직 조금 더 필요하다고 느끼면서.

작가의 이전글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진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