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문화가 트렌드라 하더라도.
혼밥, 혼술이라는 말이 생겨나기 전부터 나는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어쩔 수 없이 식사를 함께 몰려다니며 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혼자서 밥 먹는 게 편안하다. 사실 오랫동안 살면서 형성된 습관이라 이제는 고치기 어려워진 것 같다.
한창 대학교를 다닐 나이에는 혼밥혼술이라는 말이 없었다.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거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웬지 모르게 왕따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렇게 보이는 게 두려웠다. 신입생 때는 그래도 나름 동아리 활동을 많이 했기에 그 사람들과 점심이든 저녁이든 술자리든 함께 했던 기억이 좀 있지만, 군 제대 후에는 그런 기억이 거의 없다. 학창 시절의 대부분을 혼자 밥 먹는데 보낸 셈이다.
이런 습관은 회계사 공부를 하면서 더욱 굳어졌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던가. 그 당시의 나는 빨리 가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밥 먹고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시간도 아까워했다. 식당에도 책을 끼고 가서 식사를 하면서 읽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아등바등했건만, 결국 회계사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20대 후반 그 황금 같던 시절,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접할 기회도 놓쳐 버렸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은 셈이 됐다.
그렇게 20대 후반을 보내고 그럭저럭 버티면서 살아가는 중 언제부턴가 외로움이 찾아왔다. 그런데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선뜻 같이 밥 먹자고 먼저 말하지를 못 한다. 그저 헛헛함을 끌어안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나마 있는 사람들도 하나씩 떠나가는 것을 느끼면서,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 걸 후회하면서.
난 여전히 혼밥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도 그 때와는 달리 혼자 밥 먹는 게 어색하지만은 않은 세상이 되었다. TV나 SNS를 통해 나 말고도 그런 사람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특별히 사회 부적응자는 아니라는 걸 알고 조금은 위안을 얻는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지구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걸 안다고 해서 내가 가진 외로움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늘, 근처 일식당에 늦은 저녁식사를 위해 들어가 보니, 한 여성분이 혼자 밥을 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을 지나가는 결에 바라보다가, 당신은 왜 여기서 오늘 혼자 밥을 먹고 있느냐고, 물어보려다가 괜한 생각이다 싶어 그만두었다. 그리고 멀찍이 떨어져 자리를 잡았다. 아직도 덜 외로운 것일까. 외로움을 들키는 게 두려워서일까. 아니면 쓸데없는 경계를 사는 게 두려워서일까. 이렇게 나 혼자만의 생각에 갇힌 채 오늘도 혼자 밥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