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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싶다 Feb 11. 2018

믿을 수 없이 추운 겨울이 지나고

간만에 날씨가 풀렸다. 어젯밤에 다음날 날씨를 검색해 보니 영하 2도 정도라고 나왔다. 영하 18도까지 내려갔던 날씨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아침에 바로 입고 나갈 수 있도록 러닝복을 정리해 두었다. 그리고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다. 푹 잘 잔 덕분인지 아침에도 개운하게 일어나 미리 챙겨둔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거의 한 달만의 달리기였다. 태어나서 이렇게 추웠던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올 겨울은 매서웠기에 달리기를 할만한 날씨를 찾기 어려웠다. 사실 이것도 변명이다. 위대한 사람들 중 습관적으로 달리기를 하던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절대 빼먹지 않고 달리기를 했다고 하는데 그들의 이야기에 비추어보면 그렇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그들이 위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다행히 오늘은 나 같이 평범하고 그냥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견딜 만한 수준의 추위였다. 다소 찬 공기는 여전했지만 칼바람은 없었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무리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발을 내딛었다.


    달리면서 지난 토요일날 있었던 영어 수업에서 강사가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영어학원이 수강생으로 붐비는 시기는 1월 1일, 그리고 그 사람들이 구정 전후로 다 빠져나간다고. 이 때 쯤 사람들이 포기를 많이 하는 시점이란다. 오늘 달리기를 나가면서 그 이야기를 실감했다. 지난 1월 1일 때는 놀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었는데, 오늘은 그에 비하면 참으로 한산했다.  오랫만에 아무도 없는 트랙 위에서 고함을 질렀다. 이것도 근 한 달만이다. 그 동안 목구멍에 쌓여있었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나만의 의식. 한결 속이 편안해진 느낌이었다.


조금 달리다 보니 몇몇 이들이 건너편에서 달려오는 게 보였다. 반가웠다. 비록 그들과 인사를 나눈 것은 아니었지만 응원해 주고 싶었다. 이 혹독했던 겨울이 지나가고 다시 따뜻한 날이 오기를 기다렸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나보다 더 부지런하고 인내심이 많아 더 추웠던 날에도 달리기를 빼먹지 않았던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어찌됐던 그런 사람들을 지나치면서 나 자신도 응원해 주고 싶어졌다.


잘 견디었다고. 믿을 수 없이 추웠던 이번 겨울 무사히 잘 넘겨주어서 고맙다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잘 견디어 주라고. 

그렇게 내 스스로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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