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안녕을 묻어 두었다, 김원식 시인
김원식 작가는 현직 군인이자 시인이다. 20여 년간 군 생활을 하며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겪었고, 그 기억들은 서로 닮지 않은 채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좋았던 기억과 상처 같은 기억, 흐릿해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시인은 어느 순간, 그 모든 감정을 피하거나 감출 필요 없이 자신을 이루는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그렇게 감정을 천천히 익혀온 시간의 결과물처럼 느껴졌다.
시인은 여러 인연과 감정을 떠올리며 쓴 시라고 하는데, 나는 그동안 읽어왔던 책의 여러 문장이 떠올랐다. 또한 어떤 시에서는 나의 배우자가, 또 어떤 시에서는 부모님과 자녀, 그리고 나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래서 이 시집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삶의 한 장면처럼 읽혔다. 잔잔하지만 분명한 감동과 여운이 남는다.
또한 이 시집을 읽으며, 이별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에 묻어 둔 ‘안녕’은 잊지 못해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소중했기 때문에 남아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원식 시인의 시들은 감정을 정리하라고 재촉하지 않고, 그 감정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조용히 보여준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서도 마음이 가벼워지기보다는, 오히려 한결 단단해진 느낌이 든다. 이 시집은 슬픔을 덜어내기보다 슬픔을 품은 채 살아가는 나 자신을 응원해주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새해 인사를 건네고, 새로운 다짐을 적어 내려가는 요즘(새해)에 특히 잘 어울리는 시집이다. 나는 고요한 새벽에 이 책을 읽으며 하루를 정리했고, 그 덕분에 조금 더 차분한 마음으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오늘도 이 마음을 품고 하루를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