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타던 자동차를 바로 옆에 두고 20분 넘게 동네를 헤매신다. 어제 말씀드렸던 내용도 처음 듣는 것처럼 대답하신다. 식사한 지 한 시간도 안 됐는데 크림빵과 두유 두 팩을 입 안 가득 욱여넣으신다. 대화 중에 별안간 목에 핏대를 세우며 버럭 소리를 지르신다. 몇 년 안에 아빠와 나의 위치가 바뀔 때가 온 것 같아 덜컥 겁이 난다.
마음의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은 육아다. 자녀를 돌보는 일과 부모님을 돌보는 일이 참 많이 닮았음을 알게 됐다. 육아는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조건 없는 사랑을 표현한다. 식사, 기저귀 교체, 목욕, 걸음마, 심지어 잠드는 것까지 말이다.
부모님을 돌보는 일도 마찬가지다. 식사, 대소변 갈기, 목욕 돕기, 산책 부축하기, 말동무, 동네 소개, 전화 거는 방법 등. 언젠간 요양병원에도 등록하겠지. 지금부터는 조건 없는 사랑을 내 아이를 바라보는 바로 그 눈을 가지고 부모님을 바라봐야겠다.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