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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빚는 추억

by 이윤지

어린 시절, 아빠는 슈퍼맨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못하시는 게 없었다. 그중 하나는 요리였다. 아빠도 엄마만큼이나 요리를 잘하셨다. 주말이면 우리 집엔 고소한 냄새가 가득했다. 아빠는 팬케이크를 직접 구워주시기도 하고, 도넛을 튀겨주시기도 했다. 완성된 간식을 큰 접시에 담아 아빠와 마주 앉아 나누던 소소한 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빠와 눈을 마주치며 히죽거리던 그 장면만큼은 특히 또렷하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알록달록한 반죽을 준비한다. 아이와 함께 반죽을 주무르고 밀대로 민다. 아이가 좋아하는 공룡 모양 쿠키 틀로 찍어낸 뒤, 후라이팬에 올려 약한 불로 굽는다. 다섯 살 된 아이는 내 다리 한쪽을 붙잡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와 후라이팬을 번갈아 바라본다.

아이는 지금 쿠키 맛이 궁금한 걸까? 요리 놀이가 재미있는 걸까? 아니면 엄마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그냥 행복한 걸까? 여러 생각을 뒤로한 채,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오롯이 아이에게 집중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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