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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젊은 날의 기록

by 이윤지

핸드폰을 켜면 ‘몇 년 전 오늘’이라는 사진 알림이 뜬다. 대단한 날은 아니다. 집 근처 산책길에서, 외식하러 가던 길목에서 웃고 있던 모습이다. 그 사진을 들여다보면 마음에 무언가가 일렁인다. 지금, 이 순간도 다가올 어느 날에는 ‘그땐 젊으셨지’라고 말하게 될 테니, 지금이 부모님의 가장 젊은 순간일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였을까? 부모님의 걸음이 조금씩 느려졌다는 걸 깨달은 건. 방금 한 이야기를 다시 물으실 때도 생겼다. 소파에 앉아 손주를 바라보며 웃고 계시는 모습, 장을 보러 나선 옆모습. 그런 평범한 장면들이 오히려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언젠가 돌아보면 그날의 그 표정 하나하나, 그 웃음이 나를 붙잡아 줄 거라는 걸 안다. 부모님의 젊음은 조금씩 멀어지지만, 그 모습을 담은 사진은 오랫동안 그 자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카메라를 든다.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기에, 앞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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