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우리 아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by 이윤지

정지아 작가의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주인공이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며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하나씩 알아가는 이야기다. 평생 빨갱이로 낙인찍혀 살아온 아버지는 가족에게조차 쉽게 이해되지 않는 존재였지만, 죽고 나서야 가족들은 그의 고단했던 삶과 뜻밖의 인간적인 면모들을 마주하게 된다. 가까이 있어도 끝내 알지 못하는 것이 가족일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책을 읽으며 나의 아버지가 떠올랐다. 아버지의 고향은 어디였고, 젊은 시절엔 어떤 친구들과 어떤 일을 하셨는지, 나는 거의 모른다. 늘 곁에 있는 존재라서 그런지, 정작 질문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말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것 같은 그 시간을, 내가 먼저 붙잡아야 한다는 걸 이 책이 알려주었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부모님의 가장 젊은 날이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소설을 덮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제는 아버지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의 지난 시간들을 당신의 목소리로 듣고 싶다고.

keyword
이전 06화가장 젊은 날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