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를 앞두고 공부하고 있는 내 앞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크게 틀고 웃던 아빠, 다이어트 중이던 내 코앞에 라면을 들이밀며 놀리던 아빠, 틈만 나면 어깨 좀 주물러달라며 내 손을 잡아끌던 아빠, 외출 시 엄마보다 내 팔짱을 더 자주 끼던 아빠. 우리에겐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아빠와의 거리가 조금씩 멀어졌다.
언제부터였을까? 팔짱은커녕, 손을 잡는 일도 주저하게 된 것이. 결혼식 때 아빠와 팔짱을 끼고 입장하는 연습을 할 때의 어색함이 낯설고도 마음 저렸다.
어릴 적 나를 안아주고 이끌어주던 그 투박한 손을 이젠 내가 먼저 잡아드리기로 다짐한다. 묵묵히 다가와 주길 기다리는 아빠에게 이젠 내가 손을 내밀어야겠다. “아빠, 나 아직도 아빠 팔짱 끼는 거 좋아해요.” 그 말 한마디면, 어색해진 시간도 조금은 다시 따뜻해질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