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빠는 내게 자주 ‘곰 세 마리’를 불러주셨다. 문제는 박자 감각이 없으셨다는 거다. “아빠 또 틀렸어!” 하고 웃으면, “원래 이렇게 부르는 거야~” 하며 당당히 이어가셨다. 그 어설픈 박치 노래가 어쩐지 더 웃기고, 더 정겹고, 더 기억에 남았다.
시간이 흘러, 이제 아빠는 내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신다. 이번엔 ‘산토끼’다. 작은 손주를 무릎에 앉히고 부르기 시작하시는데, 여전히 박자는 제멋대로다. 그러더니 갑자기 이렇게 부르신다. “끼토산 야끼토, 를디어 냐는가~” 나도 아이도 동시에 웃음보가 터졌다. ‘거꾸로 부르는 산토끼라니! 이건 또 뭐야?’ 그런데 아이는 그게 너무 재밌었는지 따라 부르며 깔깔거린다.
아빠는 여전히 노래를 못 부르지만, 그 어설픈 박자 속에 담긴 마음은 누구보다 진하다. 예전에는 나를 웃게 했고, 이제는 손주를 행복하게 한다. 아빠의 서툰 노래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우리 가족을 묵묵히 이어주는 다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