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최근 몇 년간 국내 베스트셀러 목록을 ‘니체’와 ‘쇼펜하우어’가 장악하는 걸 보다가, ‘이번엔 괴테인가?’ 싶어 무심코 화면을 내렸다. 또 하나의 고전 철학 해설서겠거니 했는데, 장르에 적힌 ‘소설’이라는 두 글자에서 손이 멈췄다. 소설이라면 이야기는 다르게 전개될 것 같았고, 사유는 설명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펼쳐질 것 같았다. 그렇게 생긴 호기심으로 읽게 됐다.
또 하나 눈길을 끈 점은 작가의 나이였다. 2001년생의 젊은 일본 작가는 연간 1천 권의 책을 읽는 독서광으로, 특히 고전문학을 폭넓게 탐독해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소설을 쓴 것이 작가로서의 출발점이었고, 2024년에 다른 작품으로 데뷔했다. 이 책은 그의 두 번째 작품이자 첫 장편소설이며,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식사 자리에서 홍차 티백에 적힌 명언에서 영감을 받아 집필했다고 한다.
그 명언은 아래 문장이다. (본문 내내 등장한다.)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Goethe”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괴테 연구자인 주인공이 출처가 불분명한 괴테의 문장 하나를 계기로 그 출처를 추적하며 시작되는 소설이다. 문장의 진위를 확인하는 과정 속에서 인용과 해석, 권위와 신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한 사실 확인을 넘어, ‘언어의 의미와 말의 힘, 우리가 고전과 사상을 어떻게 믿고 소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읽다 보니 괴테의 문장(명언) 자체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적절하게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세상에는 수많은 책과 명언이 있다. 괴테의 말처럼 “모든 것은 이미 말해졌고, 우리는 기껏해야 그것을 다른 형식이나 표현으로 되풀이할 뿐”일지도 모른다. 힐링 에세이, 짧은 명언, 심지어 음악 장르에서도 인용과 표절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서도, 또한 AI 시대에 창작이 점점 쉬워지고 창작의 의미가 모호해지는 세상 속에서도, 사람들이 단순히 인용에 그치지 않고 투박하더라도 자신만의 언어로 말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가장 진솔하게 마음을 울리는 방식이다.
이번 <제13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장이 화려하고 그동안 조회수가 높아서 메인화면에 자주 등장했던 작품보다는, 조회수는 낮지만 자신만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 내려간 작품들이 주로 당선작을 이루었다. 나 역시 문장의 겉모습이나 멋에 치중하기보다, 고유한 의미와 감정이 잘 전달되는 글을 쓰고 싶다는 다짐을 다시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