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만 없는 아이들,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은유 작가
제목 <있지만 없는 아이들>
부제 <미등록 이주 아동 이야기>
있지만 없는 존재라니, 제목부터 숨이 막혔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먹고 싶은 반찬을 먹고, 다니고 싶은 학원에 다니고, 방학 때마다 여행을 다니고, 대학 진학까지 아무 문제 없이 했으며, 아플 때 곧장 병원에 가서 진료받고, 두 다리 쭉 뻗고 편안하게 아무 걱정 없이 살아온 지난 30여 년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러한 삶이 당연한 줄 알았고, 문제의식도 없었으며, 감사해야 할 이유라는 것조차 전혀 깨닫지 못했던 것이 창피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자신의 존재를 들킬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숨어 지내며, 제대로 된 월급을 받지 못한 채 그림자 노동을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쉽게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있지만 없는 아이들>은 실제 아이들·가족·활동가들의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인터뷰마다 불안, 차별, 불합리함에 대한 경험이 담겨 있어서 그들의 삶과 고민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단순히 에피소드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아이들이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나?”, “사회와 국가가 어떤 책임과 역할을 해야 하나?”라는 관점으로 질문을 던지며 제도적 개선 필요성을 함께 제기한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 이주민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이주했거나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 중 부모의 체류자격 상실, 난민 신청 실패 등 다양한 이유로 체류자격이 없는 아이들을 말한다.
‘부모가 유효한 체류자격이 없으면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혹은 어느 날 갑자기 법을 어긴 존재가 된다. 당장 추방되는 것은 아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학습권이 주어져 고등학교까지는 다닐 수 있다.’ 7p
-> 여기까지 읽었을 때는 ‘그래도 좋은 세상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문장(실사례)에서 크게 좌절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학교생활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주민(외국인)등록번호가 없어서다. 그건 본인 명의의 핸드폰 개통이 어렵고 ... 봉사 사이트 1365 자원봉사 포털에 가입하지 못하고 ... 티켓 예매 사이트 회원 가입이 안 되니까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에 가지 못한다. ... 친구들이 엔분의 일로 계좌이체를 할 때 주섬주섬 현금을 꺼내야 한다. ... 공부할 권리는 있지만 살아갈 자격은 없는 모순된 현실에서 ’있지만 없는 아이들‘로 자라나는 것이다.’ 8p
그들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도 있고 나쁜 사람들도 있었다. 강제 추방 위기에 놓인 친구를 위해 함께 피켓을 만들어 시위하고 국민청원을 도운 친구들, 이미 추방당한 학생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애써주신 담임선생님, 관심 가져준 기자님들, 반면 처한 신분을 악용하는 고용주들, 행정 절차를 대충 넘겨버리는 관련 기관 직원들도 있었다. 여러 사례를 읽으며 울었다가 분노하길 반복했다.
인간은 시대, 국가, 가정, 신분, 부모 등을 골라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연으로 태어난다. 그런 아이들의 존엄·평등·행복을 지켜주는 것이 이 사회의 역할이자, 그들이 머무르고 있는 국가의 책임이 아닐까. 그들이 주민등록번호가 없어서 생활에 제약받는 일이 없길 바란다. 아플 때, 밥 먹을 때, 학교에 입학할 때, 교육이 끝나고 사회에 진출하기까지 한 인간의 삶을 아우르는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본문에서 반복되는 ‘난민’이라는 단어 때문에 옛 기억이 잠시 떠올랐다. 간호대학생 시절 마음 한쪽에 국제 간호사의 꿈을 품고 있었다. 국제기구에 입사하여 열악한 지역에서 의료 활동을 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병원 실습을 마치고 틈틈이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그중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진행하는 강의를 몇 주간 듣기도 했다. ‘난민, 인권’ 등의 단어는 그렇게 수년 전 내게 스쳐 지나갔는데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됐다.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꾸준히 관심을 가지기로 다짐한다. 2021년도에 쓰인 책인데 약 5년이 지난 지금은 얼마나 나아졌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