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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재원 Apr 13. 2018

생존을 넘어 성장으로

먹고살 만한 자는 왜 움직이는가?

2015년 초, 셋이서 큐피스트라는 회사를 처음 시작할 때 우린 특별한 사명이나 가치가 없었다. 생존만이 목표였다. 은행 대출과 늘어나는 이자와 함께라면 몇 달밤을 미친 듯이 야근해도 동기부여는 무한했다. 하지만 이제 큐피스트는 BEP를 훌쩍 넘기고 어느덧 두 자릿수가 넘는 팀원들과 함께하고 있다. 생존을 넘어 성장을 위한 스케일업의 시기다. 이제 나는 생존을 넘어 성장을 고민한다. 그럼 생존과 성장, 그 둘은 무엇이 다를까?  





그건 동기부여의 기준이다. 생존은 본질적인 욕구이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성장은 다르다. 충분히 먹고살 만하면 우린 움직이지 않는다. 그때 무엇이 우릴 움직이게 할까? 이는 마치 인간의 욕구와 같다. 생존하고 나면 인간은 2가지의 선택지에 놓이게 된다. 안정과 성장. 성장은 리스크를 동반한다. 그럼 무엇이 굳이 리스크를 지면서까지 인간이 안정 대신 성장을 선택하는가? 반대로 기업은 어떤 이유로 성장을 멈추고 수렴 상태에 빠지게 되는가?


결론은 'Why'다. 우리가 왜 일하는지에 대한 생각. 우리의 일이 돈을 벌기 위한 '생업', 직무를 위한 '직업'을 넘어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소명'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 그건 필수불가결하다.


생존 단계에서는 누구나 다 열심히 한다. 생존 그 자체의 동기부여로 인해. 하지만 정작 시장에 안착하고 나서 붕괴하는 기업은 모두가 Why가 없거나 구성원 중 일부만 Why가 존재하거나 Why가 일치하지 않아서이다. Why가 없으면 Next Step을 찾을 수 없고, Why가 맞지 않으면 불화가 커져 갈라선다. 성장을 멈추는 기업은 Why가 없다.


Why 없이 기업 구성원에게 일하라는 것은 다이어트를 할 맘이 없는 자에게 운동하라는 것과 같고, 공부하기 싫은 자에게 공부하라는 것과 같다. '운동과 공부는 좋아거야'라는 막연한 동기부여와 동시에 본인이 배움 그 자체에 흥미를 느껴 행동할 순 있겠지만 위대한 결과를 만들 순 없다. 왜냐면 우리의 행위는 목표에 도달하기 전 불가피한 현실과의 타협 유혹 지점을 만나게 되는데 그때 Why가 없으면 그 유혹 지점에서 현실과의 타업을 벗어 날 수 없다. 다이어트를 할 맘이 없는 사람을 다이어트하게 하려면 운동법을 알려주기보다는 멋진 포즈의 모델 사진을 방 한쪽에 붙여놓는 게 낫다. 기업은 초기 성장 단계부터 구성원들과 Why에 대한 고민을 하고 미래에 대한 상을 맞춰가야 한다. 큐피스트의 사내 와이파이 비번이 startw1thwhy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5년간의 스타트업 경험에서 내가 봐 온 기업은 크게 3가지다. Why가 없는 기업, Why가 장식품인 기업, Why를 실현하려는 기업. 전자 둘은 성장을 멈추거나 망하고 후자는 성공궤도에 올랐다. 왜 그럴까? 그간의 경험으로 고민한 결과, Why가 없거나 약한 기업일수록 가장 원초적인 수치에 집중한다.


그건 바로 '매출'. 하지만 이는 절대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없다. 왜냐면 '매출'은 과정이며 결과일 뿐 절대 Why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Why가 없는 기업은 기회주의식으로 돈이 될만한 사업에만 집중한다. 물론 이 방식으로도 돈을 벌 순 있다. 회사 매각 같은 단거리 달리기가 목표라면. 하지만 불가능해 보이는 비전과 장기적인 기업 운영이 목표라면, 무수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집단은 통일된 하나의 Why를 가져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절대 그 혼돈과 고난으로 압축되어 꼭꼭 채워진 경영이라는 마라톤을 완주할 수 없다.


'이제 먹고살 만한' 많은 기업들이 Why에 대한 고민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길 원한다. 나 역시 아직 많은 부족함을 느끼지만 근 300일 간 큐피스트의 Why를 고민하고 있다. 'Good to Great'의 시작은 Why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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