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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글 Feb 05. 2023

예약했다가 또 취소했다가 반복한다는 건

서울에서 부산, 부산에서 서울

생각이 많아지는 밤에는 혼자 여행을 계획한다. 출발지를 서울로 선택하고 도착지를 강릉 또는 부산, 그것도 아니면 다른 곳.... 머리가 복잡하고 해 오던 일에서 고민이 많아지고 집 근처 산책으로도 풀리지 않는 나날들이 계속될 때면, 나는 늘 습관처럼 예약앱에 가장 첫차를 클릭하고 결제까지 갔다가 다시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는 일들이 내가 생각했던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을 때면 생각이 많아졌다. 30대가 넘어가면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생긴다. 나 또한 그랬다. 어릴 때는 그것이 술이었고 친구와의 수다였다면 지금은 모든 스트레스 상황에서 그 방법을 빌릴 수 없기에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비상식량처럼 많이 마련해 놓았다. 그것이 걷기였고 급하게 떠나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었다.


전자는 언제 어디서든 집 밖을 나가는 노력만 한다면 할 수 있지만 후자는 처음 시작이 쉽지 않았다. 혼자 여행 버킷리스로 적어놓은 채 아껴두었다. 혹여나 스트레스받는 상황에서 그것을 실현했다가 실망만 할까봐 겁이 났다.


작년 여름 걷는 것만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 극한의 스트레스가 왔다. 그때 앱을 켰고, 새벽 6시에 강릉 가는 기차를 예약했다. 가보지 않고 해보지 않은 것들은 기대심이 생기기에 그 낯선 감정이 다른 무엇과 바뀌었을 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준다.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의 바다를 본 그날을 잊을 수없다. 나무 사이를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면서 틈 사이로 보이는 바다의 모습, 바다의 냄새, 파도의 물결... 모든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기분이었다.


요즘 다시 그 시기가 왔다.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고 그 속에서 단단해지며 늘 더 잘 되고 싶은 욕망을 따라간다. 그리고 그와 반대의 결과가 나왔을 때 여전히 흔들리는 시간이 온다. 하지만 나쁜 신호는 아니다. 오히려 최악은 잘 풀리든 안 풀리든 감흥이 없고 아무렇지 않은 자포자기 상태일 테니....


1월부터 쉴 틈 없이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욕심을 내고 있기에 또다시 여행을 떠날 시간이 가까워진 것 같다. 우리에게는 늘 작은 쉴틈이 필요하다. 다시 앱을 켜고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꿈을 꾼다.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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