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느끼고 있던 순간에도, 하고 있는 일을 묵묵히 잘하고 있더라도, 내 자리가 위태하게 느껴질 때에도. 언제나 감기처럼 불현듯이 불안은 문을 두들기고야 만다. 비겁하게 피해 보기도 했으며 용감하게 대놓고 맞서 싸워보기도 했지만 형체가 없는 불안을 완벽히 통제하기란 어려웠다. 여러 방법을 시도해 보면서 하나 깨달은 건 극한의 감정을 먼저 경험해 보고 오는 것.
불안할 땐 지금 상황에서 가장 최악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정말 지켜야 할 것들을 떠올려본다면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소한 이것만은 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감정은 뿌옇거나 흐릿한 형태일수록 증폭이 된다. 그럴 때 막연함 속에서 자신을 테스트하듯 맡기는 것보다 맛볼 수 있는 가장 최악을 구체적으로 그려보았을 때 자유로움에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오늘도. 내일도. 어쩌면 살아가는 동안 내내.
불안은 언제 어디에서든 찾아오겠지만
체험하듯 다뤄낼 수 있다면 뒤통수를 맞는 뻐근함과 가슴의 두근거림이 아닌 나태함을 방지할 수 있는 채찍정도로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