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내 외모에 대해 쉽게 이야기를 하는 걸까? 더 나은 길을 제시해 주겠다는 이유로'
요즘 같은 시대에 외모에 대한 이야기는 민감한 주제로 터부시 되지 않던가?
그러나 아직까지도 우리는 사회에서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나의 외모에 대해'
30대의 남자가 '장발'을 한다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장발? 그거 머리만 기르면 되는 거 아닌가요?'
맞다, 머리만 기르면 되는 일이지만,
그 '머리를 기르는 일'이 생각보다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사람들에게는.
언제부턴가 유행하던 가르마 스타일을 하고, 그러다 리프컷 스타일이 유행을 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남자들이 '장발'을 한다.
서울의 번화가만 나가봐도 '장발을 한 남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 역시도 장발에 대한 로망이 있던 건지, 아님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장발'을 하기 시작했다.
7월의 이 더운 날씨에 장발을 한다는 건... 정말 많은 고비를 가져다준다.
하지만, 그중 가장 강력한 고비는 바로 '사람들의 따가운 한마디'.
'언제까지 기를 건데?'
'아유, 보기 싫어 죽겠다.'
'단정하고 깔끔하게 좀 하고 다녀, 여자들이 싫어해.'
'(비아냥대는 투로) 이제 좀 있으면 묶이겠다, 아주.'
이런 류의 반응은 생각보다 자주, 더구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얼굴만 마주하면 문안인사처럼 듣게 된다.
처음엔 그만큼 날 생각해 주는 거라 여겨 사람들이 해주는 말들이 아주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러나, '듣기 좋은 소리도 한두 번'이라고 했나?
보는 사람마다, 가까운 관계면 가까울수록 매번 그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점점 짜증이 났다.
'왜 내 외모에 대해서 함부로 이야기하는 거지? 그것도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물론, 가까우니까 더 할 수 있는 게 바로 외모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친근함의 표현이랄까?
그런데 그 외모에 대한 지적은 결코 긍정적인 이야기만 오고 가지 않는다. 사실 부정적인 이야기가 더 많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외모에 대한 칭찬은 어려운데, 비난은 더 쉽다니... 이거 너무한 거 아닌가?
어쨌든 결국 7월에 더위에 굴복한 나는 결국 길고 긴 머리는 아주 짧게 잘라버렸다.
('사람들의 비난에 지쳐서'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정말 그들의 말에 굴복하는 느낌이라.)
그렇다, 나는 극단적인 사람이다. '기르지 않으면, 자른다.'
머리를 자르고 난 뒤, 사람들의 반응이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물론, '시원해 보인다.', '이제야 깔끔/단정하다.', '더운데 잘했다.'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부정적인 이야기도 함께 따라왔다는 것... 그것도 머리를 잘라라, 잘라라 아주 고사를 지낼 거 같던 사람들이 말이다.
'야, 너무 짧은 거 아니야?'
'넌 앞머리가 좀 있어야 어울리는데'
'머리 잘랐어? 왜?'
나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어느 정도 선에선 비판할 수 없는 영역이라 생각한다.
사람이 눈이 달린 이상, 그리고 심미적인 걸 추구하는 우리 '인간'들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것에 끌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But, '외모'만을 가지고 사람을 차별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역시도 우리는 교양이 있는 '인간'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왜 사람들은 긍정적인 이야기엔 인색하고, 부정적인 이야기에만 신이 나서 떠드는 걸까?
그리고 그 부정적인 이야기엔 언제나 이 말이 붙는다, '다 너 잘되라고, 너 좋으라고 하는 소리지'.
나중엔 '장발'로 인한 문안인사(?)를 들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제가 잘 되는 거, 제가 좋은 거 제가 알아서 좀 할게요. 그러니 지금 듣기에 거슬리는 그 말 좀 집어넣어 주시죠?'
나는 평소 대화를 나눔에 있어서 주의하는 점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외모'에 대한 말이다.
나는 상대가 나와의 대화에 있어 '기분 좋은 대화, 즐거운 대화'였으면 하는 마음에 상대의 모습에서 좋은 점을 찾아 칭찬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조심하고, 오히려 장점을 찾아 말하는 내게도 분명 타인의 눈에서 보면 실수하는 점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려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럴 뜻은 아니었어요.')
'외모에 대해 얘기하는 것'.
이것이 민감한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건 사회 속에서 사는 우리들은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말의 무게를 얼마 정도로 잡고 있을까?
상대가 느끼기에는 너무 과한 무게로 잡고 있진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