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깊고 짙은 심해로 가라앉을 듯한 우울감과 무기력감에 잡아먹힌 나.
우울기(내가 스스로 정한, 유난히도 우울감이 깊어졌을 때)에 도달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도망가려는 나를 재빠르게 추격하고 있었다.
그래도 과거의 나와는 다르게 우울기에도 전부 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일은 해결할 수 있는 TIP이 생겼는데, 바로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나름 효과가 있다.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기계처럼, 습관처럼 움직이다 보면 어느 정도 일은 해낼 수 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과연 이렇게 사는 게 사는 걸까?
내 마음과 생각조차 담지 못 한 채, 영혼 없이 사는 게 사는 걸까?
내 행동에 내 의미를 담지 못 한채 사는 게 과연 옳은 걸까?‘
하고 한참 생각하다가
그래, 내가 예민한 탓이겠지.
그래,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사는데 나만 유난인 거겠지.
하는 생각으로 또다시 비난의 화살은 나를 향한다.
나는 새벽을 참 좋아한다. 새벽에 깔리는 무거운 적막감을 좋아한다.
하지만 반대로 새벽을 무서워한다.
무거운 적막감은 나를 또 끊임없이 깊고 깊은 그곳으로 데려가기 때문이다.
저 멀리, 그리고 더 깊이 가라앉는 나를 느끼는 시간이다.
오늘 이 새벽 역시 나는 또 계속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은 나를 저 멀리 깊은 곳에 데려간다.
그리고 결국 모든 생각의 화근이라는 그 화살촉은 나를 향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