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주간 허무하고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글을 쓰고자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마치 침대에 이불을 말고 등 돌리고 누워있는 것만 같았다.
사실 아무것도 듣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았고
이대로 가루처럼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매일 머릿속과 마음속이 싸워댔다.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선 안 돼. 씻고 움직이자.’
‘나 까짓게 움직여봐야, 발버둥 쳐봐야 뭐가 되겠어.’
그마저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날들도 있었다.
그러다 오늘은 웬일로 더 이상은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조금 더 힘을 얻어, 간단히 씻고 편한 운동복차림으로 집 앞 카페에 나오는 것까지 성공했다.
카페에 와 좋아하는 콜드브루 한 잔 시켜두고,
지난 나의 생각들을 하나씩 읽어봤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살아간다는 것에 너무 큰 의미를 둔 것은 아닐까?’
‘태어난 김에 사는’이라는 별명 아닌 별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에 큰 인기를 얻은 모 방송인처럼
나도 인생 별 거 없는데 그냥 태어났으니 사는 거고, 한 두 개 정도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면 되는 건데...
나는 살아간다는 것에 꼭 무언가 깊고 큰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지 않았나...?
조금은 심플하게,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게 살아가는 걸까?
어떤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오늘만큼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되는 대로 움직이며 살아간다고 생각하련다.
그 편이 나의 요동치는 마음에 작은 진정제가 되는 거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