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의 정석(2)
지난주쯤에 한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특정 직무 분야의 채용이 참 어렵다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 분야는 바로 구매 직무였습니다. 회사 위치가 경기도 외곽으로 교통이 다소 불편한 지역이긴 했지만, 회사 자체의 성장 가능성이나 현재 생산하고 있는 제품의 품질, 그리고 매출 현황 등은 매우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특히 내수뿐 아니라 수출 성과도 우수했고, 연봉 조건도 나쁘지 않아 3년 차 기준으로 약 4,000만 원 정도였습니다.
제가 봤을 때 회사의 위치만 제외하면 연봉 조건이나 근무 여건, 복지 사항, 회사의 성장 가능성, 조직 문화 등 대부분의 조건은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이 포지션이 약 7개월 동안이나 채용되지 않아 업무에 큰 어려움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그 직무의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살펴보니 매우 까다로웠습니다. 단순히 구매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나 통신과 관련된 부품이나 회로 등을 구매 및 수입할 때 해당 제품의 설계도나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어야 했고, 수입 제품의 품질 검사까지 가능해야 했습니다. 또한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해외 고객사와의 원활한 영어 소통 능력이 필수적이었고, 비즈니스 영어 수준을 넘어 거의 원어민 수준의 능력을 원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기계공학과 또는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현재 채용 공고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더니, 그 필수 요건 외에도 경영진에게 보고 가능한 문서 작성 능력, 구매 업무와 더불어 일부 회계 업무와 총무 업무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채용 공고를 보자마자 왜 채용이 안 됐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판단한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회사 위치였는데, 이는 쉽게 바꿀 수 없는 부분입니다. 다만 교통비 지원이나 회사 차량 제공 등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은 있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부가적인 업무 요건이 과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구매 직무인데 회계 업무나 총무 업무까지 요구하는 것은 직무 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업무가 지나치게 많고 중소기업에서 사람을 과도하게 부린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필수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구매 직무는 돈을 다루는 업무 특성상 회계나 구매 경력자를 중심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기계나 전자공학 전공자에, 뛰어난 영어 능력까지 요구했습니다. 이런 인재는 대기업에서 근무 중일 가능성이 높으며, 시장에서 찾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로 이런 인재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우며, 이러한 채용공고는 로또를 사면서 몇 달안에 로또에 당첨되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제가 제안한 해결책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먼저 부가적인 업무 요건은 모두 삭제했습니다. 회계나 총무 업무는 과감히 제외했고, 영어 능력에 대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 수준에서 글로 소통 가능한 정도로 낮추자고 제안했습니다. 기계공학이나 전자공학 전공자는 필수였기에 변경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회사 위치 문제에 대해서는 추가 교통비 지원이나 근처에 숙소를 제공하는 등 별도의 지원책을 마련하자고 했고, 채용 공고에는 명시하지 않더라도 지원 과정에서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제안을 수용하고 공고를 수정하자마자, 일주일 만에 좋은 후보자를 만나 채용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운 좋게도 적합한 경력자가 마침 회사를 그만두고 새 일자리를 찾고 있었던 것입니다.결국 회사가 조금이라도 양보하지 않았다면 해당 포지션은 계속 공석으로 남아있었을 것입니다.
회사 위치의 불리함을 보완할 수 있는 혜택이나 지원책이 중요하고, 직무 요건 또한 실제 업무에 반드시 필요한 수준으로 명확하게 설정해야 합니다. 부가적인 업무 요건은 합격 이후에 충분히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이므로 굳이 공고에 포함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채용 공고를 작성할 때는 명확한 직무 분석을 통해 최소한의 필수 요건을 정리하고, 회사의 불리한 점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