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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등교사 윤수정 May 26. 2024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5월 아티스트데이트+1)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루가 총알 같다.'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주말이 훌쩍 지나버렸다. 요즘 최우선 순위라 여겨지는 한 가지 일에 몰두 중이다. 이런저런 핑계로 글 쓰는 일은 저 멀리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더는 '안 되겠다.'싶어 몇 자라도 끄적여보기로 했다.


새벽 3시에 눈이 떠졌다. 잠 깨려고 잠시 핸드폰 검색하다는 것이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고딩 아들 녀석의 핸드폰 혼연일체를 혼낼 수가 없다. 흐트러진 몸과 마음을 다잡고 새벽 묵상과 기도에 집중. <봉헌을 위한 33일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이번 기도는 들쑥날쑥 난리도 아니다.  듬성듬성 이 빠진 그릇처럼 구멍 난 날들이 많아서 부끄럽다. 하느님, 예수님, 성모님께서 어찌 생각하실까 싶다. 오늘이 마침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이기에 다시금 성호를 그으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고 기도했다.



이번 달 나우학교 지정도서는 심윤경 작가님의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이다. 잠시 후 있을 <나우학교 한 평 책방> 준비를 했다. 얇고 가벼운 책인데 뒷부분을 못 읽고 말았다.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는 예쁜 책이다. 세 아이 육아로 늘 시끄러운 우리 집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아닌 최근 내 고민과 해결하지 못해 끙끙거리는 문제에 대한 일말을 답을 던져 준 책이다. 오늘은 간략히 소개만 하고 정식으로 책 리뷰는 남은 부분을 다 읽고 정성스럽게 올리기로.




나우학교에서 오랜만에 내 어린 시절 이야기, 친정 부모님 이야기 등 내밀한 몇 가지 이야기들을 했다. 작년부터 함께 해온 나우학교 선생님 또 속을 보여도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 같은 속 깊은 선생님들 덕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내 말을 하고 그 말을 들어주는 그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새벽이다.


독서 토론이 끝나니 가족들이 하나 둘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어제 남편이 텃밭에서 정성 들여 키운 상추, 겨자채, 곰취, 당귀를 꺼내 잘게 썰었다. 당근과 양파도 추가하여 부침개 반죽을 만들었다. 지글지글 프라이팬에서 금방 구워낸 상추전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 상추의 부드러운 식감과 각종 야채의 맛이 어우러져 상상 이상으로 맛있다. 지난 주말부터 상추를 버리지 않기 위해 전으로 부쳐 보았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상추전이 진짜로 있어서 신기했다. 맛있어서 친정엄마에게도 냉큼 전화를 해서 알려드렸다. 부쳐 드셔보시라고. 맛있다는 답장이 왔다.


(오늘 사진은 없어서 지난주 사진으로 대체, 요즘 잘 마시고 있는 상추, 사과, 바나나, 블루베리가 들어간 주스 사진도 올려 봅니다.)




주말이라 쌓인 빨래하고 집안 청소하고 겨우 책상에 앉았다. 인터넷 강의와 교재를 보며 공부를 했다. '가만히 앉아서 집중하며 공부하는 일이 쉽지 않구나.' 분명 들었는데 뭘 들었지? 하며 다시 반복하기를 여러 번. 교재 읽기는 또 어떠하랴. 이제는 작은 글씨가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어느새 오후 4시가 되어간다. 막내 어린이 미사에 남편과 나도 함께했다. 어제 성모의 밤 행사로 성모님 주변 장미꽃 장식이 화려하다. 5월, 꼴랑 7일 남았지만 남은 기간만이라도 성모님께 정성을 다해 묵주기도를 올리기로 다짐해 본다.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고3 딸아이를 위한 정성껏 저녁 밥상을 차렸다. 창밖을 보니 어둑어둑해졌다. 일요일이 다 갔구나. 특별히 한 일도 없는 것 같건만 토요일, 일요일은 왜 이리 순식간에 흘러가는지. 아쉬운 마음이 커져만 간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내일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로 했다.

아쉬움 대신 설렘으로 오늘밤을 꽉 채우리라.

일요일 안녕~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내일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나우학교, #아티스트데이트, #1일 차, #남은 5월도 알차게,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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