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도승이었다면

by 초등교사 윤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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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죽비로 맞았을 것이다. 아니 분명히 맞았다. 지난주 명절로 다소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새벽에 눈을 떴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묵주기도이다. 내 삶의 가장 중심을 하느님께 두고 살고자 노력한다. 다행히 오늘 새벽은 눈이 잘 떠졌고 분명히 묵주를 잡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핸드폰 진동에 놀라 몸을 추스르니 그새 내가 성모상 앞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묵주를 손에 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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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다시 태어난다면 은자나 수도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내가 중세 수도승 내지는 수도자였다면 죽비가 나에게 내리쳐졌을 것이다. 아찔하다. 나태해진 모양이다. 그런데 오늘이 처음은 아니다. 종종 기도하다 졸곤 한다. 그래도 나는 그런 내 모습에 실망하지는 않는다. 어찌 되었든 노력 중이니까. 위안을 삼으며 나 자신을 토닥토닥하곤 한다.


시계를 보니 6시가 되어간다. 새벽 운동을 하고 있다. 별거 없다. 6시 땡 하면 집 문을 나서 아파트 정원을 뛰는 거다. 나가는 김에 버려야 할 재활용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도 들고나간다. 평소 이렇게 조금씩 버려주면 주말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일이 아주 수월하다. 일석이조가 바로 이런 것일 게다. 쓰레기를 버리고 나면 인증샷을 찍어 준다. 나만의 리츄얼이다. 처음에는 걷는다. 몸에 신호를 보내고 됐다 싶음, 아주 작은 보폭으로 천천히 뛴다. 뛰는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워서 대략 30분짜리 영어 방송을 들으며 뛴다. 30분을 뛰고 나면 온몸에 땀이 솟는다. 숨도 가빠진다. 그래도 감당할 만큼의 운동량이다. 나에게 딱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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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난주 명절로 인해 아침 달리기를 쉬어서 그런지 30분이 1시간처럼 길었다. 뛰는 내내 몇 분 남았는지 들어다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꾹 참고 정신을 집중하며 뛰었다. 드디어 끝났다. 휴~~ 오늘도 해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내 몸도 송골송골 올라오는 땀으로 나의 기쁨에 반응한다.


집 나오기 전 다소 허탈했다. 기도하다 졸아버린 나 때문에. 그런데 그 마음을 부여잡고 밖으로 나와 얻어낸 성취감이다. 중간에 실수하면 어떤가. 다시 한번 될 일이다. 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때로는 정말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럴 때일수록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지?'라고 질문하곤 한다. 실망하고 주저하기보다는 그 일을 찾아 하면 된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점점 처음으로 돌아가 다소 비뚤어지거나 잘못된 것을 고쳐놓게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지금 움직이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면.


"절반의 성공이면 어때? 난 지금도 여전히 노력중인걸."


#새벽기상, #새벽달리기, #완벽하지 않아도 좋아, #죽비, #기도 중 꾸벅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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