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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등교사 윤수정 Jun 02. 2024

아듀, 5월^^

이번 주말은 꽉 찬 일정으로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흘러가버렸다. 5월, 이 아름다운 계절이  바쁜 틈바구니 속에서 훌쩍 지나가 버렸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다. 계절의 여왕, 5월. 성모 성월인 성모님의 달 5월은 나에게 더욱 각별한 시간이었다. 안간힘을 다해 치열하게 산다고 살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왜일까?


지난 토요일인 6월 1일에는  60시간 연수 출석고사 날이었다. 한 달간 각고의 노력으로 열심히 준비했다. 모든 일을 제치고 최우선 순위로 새벽마다 온라인 강의와 교재를 공부했다. 나름 최선을 다했건만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했다. '이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던가!' 싶어 친한 선배님께 전화를 드렸다. 8-9번 만에 원하는 바를 이룬 사람도 있으니 힘내라 하신다. 휴~ 시험문제는 교재 한쪽 귀퉁이, 별로 중요하지 않아 흘려버릴 만한 곳에서 출제된 문항들이 대부분이었다. 등위를 갈라야 하는 시험이기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왜 나는 그런 세심한 부분들을 놓쳤는지 아쉽기만 하였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내 사전에 쉽게 이룬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아직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음에 틀림없다. 매번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을 때 얻어 낼 수 있었다. 교사 임용고시를 치를 때도 그랬고 박사학위를 받을 때도 그랬다. 아직 내 노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다시 도전하면 될 일이다.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 기회는 많다.


저녁에는 아주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12년 만에 한국을 찾은 예전 학교, 원어민 선생님, 찰스를 다시 만났다. 결혼을 해서 부인과 함께 한국에 왔다. 2008년에 함께 영어 코티칭을 했다. 너무도 오래전 일이지만 생생히 다 기억이 난다. 이후 2012년에 한국에 다시 왔었고 그때도 선생님을 만났다. 그로부터 12년이 흘러 2024년 6월 1일에 재회한 셈이다.

선물 받은 고디바 초콜릿. 이런 거 안 사 와도 되건만...



중간에 코로나로 인해 한국에 오지 못했다고 한다. 5년마다 한 번씩은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그의 정해진 인생 계획이란다. 찰스 선생님은 미국에서 나고 자란 재미교포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한국말도 조금은 할 줄 안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어 한국 음식, 한국 드라마도 좋아한다. 12년 만에 다시 만났지만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엊그제 만났던 사람 마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꽤 많이 나누었다. 그의 부인도 재미교포로 친절하며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한 것 같고 행복해 보여서 기뻤다.


22살 젊은 청년으로 난생처음 한국 땅을 밟고 영어를 가르쳤던 그 앳된 찰스가 이제는 곧 40을 바라보다고 한다. 정말 세월이 빠르다. 30대 중반이었던 내가 어느새 50을 바라보고 있으니 말해 뭐 하랴! 긴 수다 타임을 뒤로하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5년 후에 더 건강하고 멋진 모습으로 만나기로 했다.


Bye Charles!
Good Luck!



일요일, 새벽 기상을 뒤로하고 꿀잠 자고 일어났다. 꼴랑 어제 오후 잠깐 집을 비웠건만 집안 꼴이 말이 아니다. 아침부터 팔 걷어 부치고 집안 정비에 나섰다. 시험으로 미루어 둔 화장실 청소를 했다. 역시나 나는 만년 화장실 당번이다.


고3인 딸아이가 청소할 리가 없고 고1 아들 녀석은 더더욱 기대하기 힘들며 연일 회사일로 바쁜 남편은 이미 기대하지 않은 지 오래다. "그래, 직무유기야, 직무유기. 누구를 탓해. It's my job." 괴테 문학가로 유명한 전영애 선생님께서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 "It's my job."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주변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게 된다. 어느새 반짝반짝해진 화장실과 집안을 둘러보며 혼자 웃음 지어 본다.


저녁에는 웬일로 큰 아들 녀석이 순순히 함께 외출하겠다는 바람에 고기를 먹으러 우리 집 단골 고깃집에 갔다. 육회와 양념 소갈비, 된장찌개, 김치말이 국수로 배를 단단히 채웠다. 역시 남이 해 주는 밥이 진리다. 고3 딸아이가 바로 공부하러 가기 힘들었는지 독서실에 들어가기 아쉬워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남편이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텃밭이었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텃밭을 올 1년 분양받았다. 다자녀 할인도 받아서 제법 좋은 가격에 땅을 얻었다.



남편은 이곳에 상추, 고추, 오이, 가지, 깻잎, 토마토, 당귀, 아욱, 미나리, 고구마 등 조금씩 다양하게 온갖 것을 심어두었다. 이제는 제법 수확량이 많아져서 주변 지인들에게 나누어 줄 정도이다. 남편은 딸이 좋아하는 미나리 전을 부치겠다며 미나리 수확을 했다. 온 가족이 잠깐이지만 함께 밥 먹고 텃밭도 둘러보고 작지만 소소한 이 시간이 감사하고 행복했다. 딸은 아빠가 부쳐준 미나리 전을 먹고 독서실로 향했다.


딸, 너무 잘하려 하지 말고 그냥 해.
꼭 뭐가 안 돼도 좋으니까
너무 자책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만 다하렴.

5월, 학부모 공개수업에도 있었고 30명 아이들 뒤치다꺼리하고 집에 오면 또 세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외 수업 준비에 대학 강의 준비에 직무연수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었지만 행복했다. 일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가족이 무탈해서 감사했고 학급의 아이들도 잘 따라주어서 더없이 감사했다. 또 함께하는 교원 학습공동체, 나우학교 선생님들이 계셔서 더 큰 힘을 낼 수 있었다.


6월은 이미 시작되었다.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싶다.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카르페디엠!
오늘, 이 순간을 산다.
쉽지 않은 선택을 한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내일이 있어서 감사하다.


6월, 다시 힘차게 시작하자.
홧팅!!^^


#아듀5월, #반가운 친구, #다시 시작하면 된다. #6월도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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