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30일. 새벽 기상을 시작한 날이다. 전날 눈물을 쏟았다. 우연히 읽게 된 책, 『나의 하루는 새벽 4시 30분에 시작된다』에서 한 구절이 나를 눈물짓게 했다. 작가의 상황과 내 상황은 분명히 달랐지만 ‘아무도 나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이 한 문장은 내 마음속 깊숙이 들어와 박혔다. 아이 셋을 낳고 더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며 현실에 안주하며 살았다. 특별히 불행한 일도 없었지만, 하루의 설렘, 소중함 같은 것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이 반복되는 일상은 도대체 언제 끝날까?’라는 생각뿐이었다.
다른 사람의 기대는 고사하고 나 스스로 나에 대한 기대와 확신이 없었다. 한없이 쪼그라든 내 모습을 스스로 깨닫게 했다. 나에 대한 기대가 없다는 그 사실이 나를 펑펑 울게 했다. 새벽 기상으로 자신의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자신의 삶을 열정 넘치게 살아가는 작가의 이야기는 나를 충분히 설레게 했다. 나도 그렇게 해 보고 싶었다. 아니 해야만 했다. 긴 터널에 갇힌 것만 같았던 내 삶을 구해내기 위해서. 바로 그다음 날부터 새로운 삶을 향한 첫 발걸음을 떼었다.
전날 저녁부터 긴장하고 잠을 청한 탓인지 새벽녘에 핸드폰 알람이 울리자마자 눈이 번쩍 띄었다. 곧 살금살금 발걸음을 떼어 부엌으로 향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믹스 한 잔을 타서 홀짝거렸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새벽이란 이런 것이구나.’ 아이들 뒤치다꺼리하고 출근 준비를 하고 학교와 집을 오가며 동동거렸던 나의 바쁜 삶이 한순간 일시 정지한 듯했다.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더는 껌딱지처럼 달라붙는 막내도 없고 바삐 해야 할 집안일도 없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잠자는 아이의 숨소리만이 있었다. 사방이 조용하니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어제 내가 했던 일, 했던 말, 실수한 일, 잘한 일. 오롯이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어제저녁에 있었던 일과 나를 둘러싼 일상들이 한둘씩 내 머릿속을 채웠다. 나를 뒤돌아보게 했고 내 삶을 되짚어 보게 했다. 새벽 기상은 스스로 멈추지 못했던 내 인생의 멈춤 버튼을 눌러주었다.
잠시 멈춤이 필요했던 내 삶에 쉼표를 찍어준 것이다. 그날 이후로 새벽에 눈을 뜨면 잠시 명상을 했다. 어제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무엇보다 내가 잘못했던 일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어떻게 이 사태를 바로잡을 것인지 생각하게 했다. 다이어리에 끄적끄적 몇 가지 일들에 대해 메모하기 시작했다.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내 일상이 조금씩 정리되었다. 많이 생각하면 할수록 투명해졌다. 새로운 질문들이 떠올랐다.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나의 소명은 무엇일까?”, “내 남은 삶은 얼마나 될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원초적 질문에서부터 나를 둘러싼 수많은 질문이 하나씩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새벽마다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다 보니 내가 마냥 인생을 잘못 산 것도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나대로 노력했고 나름의 성과를 이루었고 지금은 육아로 잠시 그 일들을 못 하고 있을 뿐이었다. 세상 가장 중요한 ‘내 아이 키우기’, 바로 육아를 위해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 나름의 긍정 해석을 덧붙일 수 있었다.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또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더 나아가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시작은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다. 어떤 일은 시작하기까지 상당 시간 준비가 필요한 일도 있다. 또 마음먹기 따라 당장 이 순간부터 방향을 바꾸고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새벽 기상이 바로 그것이다. 내일부터라도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삶에 지쳐 사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 대로 살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과 빠른 시작이 필요하다. 오늘 일찍 잠자리에 들어보라. 그리고 내일 아침 하나, 둘, 셋! 을 외침과 동시에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라. 잠에서 깨어 생각의 생각을 더 해 나 자신에게 질문하라. 결국,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새벽 기상은 ‘나 스스로 나에 대해 기대하게 만드는 놀라운 힘’이 있다.
뭣 모르고 시작한 새벽 기상의 매력을 알게 된 이후, 새벽 기상에 관련된 책이나 인물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새벽에 깨어 자기 삶을 바꾼 유명인들이 꽤 많았다. 애플 CEO, 팀 쿡은 새벽형 인간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일간신문인 USA투데이에 따르면 팀 쿡은 새벽 3시 45분에 일어난다. 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4시에 일과를 시작한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의 기상 시간은 4시 30분이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 잭 도시는 5시 30분에 일어난다. 토버리치 사장 토리버치와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은 5시 45분에 일어난다. 투자자 워런 버핏도 6시 45분에 기상한다. 스티브 잡스도 6시에 일어났다.
오늘날 유명인뿐만이 과거의 위인 중에도 새벽 기상을 실천한 사람들이 있다.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우리나라의 대학자 다산 정약용도 새벽에 일어나 마당을 쓸었다고 하니 그 역시 새벽 기상을 실천했을 거라 짐작된다. 일본의 의사 사이쇼 히로시가 쓴 『아침형 인간』이란 책이 있다. 그는 대학생 때 완전히 무너진 자신의 생활을 새벽 기상을 통해 바로잡았다. 이 책은 바로 그의 새벽 기상을 통한 실천과 성장을 담고 있다. 아침형 인간에 대비되는 저녁형 인간도 등장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삶을 일구고 성공한 사람 중에는 아침형 인간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영국 작가이며 역사가인 윌리엄 캠던은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은 부지런한 사람이 먼저 이득을 보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뜻으로, 누구보다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사람일수록 남들이 미처 발견하기 이전에 기회를 잡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새들은 일찍 일어나서 벌레를 잡는 게 아니라고 한다. 사실은 오전에는 그냥 정찰만 하면서 먹이의 위치를 봐 두고, 오후에는 그걸 기억했다가 본격적으로 사냥에 나선다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중요한 것은 오전에 미리 먹이의 위치를 봐 두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일찍 일어나는 게 좋은 것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통한다. 머뭇거리거나 잴 필요가 없다. 오늘부터 당장 시작해 보라. 새벽에 깨어 움직여 보라. 첫 시작이 어렵지, 일단 시작했다면 할 수 있다. 새벽에 깨어 있다면 그것으로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할 수 없다. 그러나 새벽에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떠오른다. 마치 물에 빠졌던 몸이 수면 위로 붕 떠오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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