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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잠자는 나를 깨우다

by 초등교사 윤수정


새벽에 일어나 덩그러니 앉아 있기를 반복했다. 새벽 시간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특별한 힘을 가진 시간임은 분명했지만, 이 시간에 무엇을,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어느 날은 커피를 마시며 멍하니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또 어떤 날은 책을 읽었다.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기에 무엇인가를 규칙적으로 하기보다는 그냥 뭐라도 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들쑥날쑥하던 기상 시간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갈 무렵이었다. 좀 더 계획적으로 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졌다. ‘이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시간이다. 시간만큼 공평한 것은 없다. 부자도 가난한 자도. 능력이 있건 없건 하루 시간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똑같이 주어진다. 다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하루도, 미래도, 인생도, 달라진다.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의 총량을 늘리고 그 시간의 밀도를 높인다면 결과는 어떨까? 나는 나를 실험해 보기로 했다. 내가 실천하고 그 결과를 직접 내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싶었다.


새벽의 1시간은 오후의 1시간과는 다르다. 시간 연구를 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새벽 1시간은 가장 집중이 잘 되고 창의적인 생각이 샘솟는 시간으로 다른 시간 대비, 3배의 효과를 가져오는 시간이라고 한다. 집중이 잘 되니 일의 능률이 높아져 보다 자연스럽게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새벽 시간은 블루오션과 같다.”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도 보았다. 이 귀한 시간을 허투루 쓸 수 없기에 나만의 새벽 루틴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무엇이든 한 번에 이룰 수는 없다. 나도 그랬다. 계획했던 것과 달리 흘러가는 날도 있었고 하다가 주저앉은 날도 많았다. 우선 내 마음을 단단히 바로잡을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내 속에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유행가의 한 대목이다. 나도 나를 알 수 없을 때, 내 속의 요동치는 것들이 너무도 많아서 힘들 때, 꼭 이 노래가 떠오른다. 내 마음을 스스로 통제하고 작은 일에 넘어지지 않도록 단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마음을 빼앗길 일들이 너무도 많았다. 예기치 못한 작은 일에도 화가 나고 쉽게 흔들렸다. 크고 작은 불평들이 쌓여갔다. 남 탓, 긴 한숨으로 하루를 채워갈 때쯤, ‘감사 일기’를 알게 되었다. 미국의 유명한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허핑턴 포스트 회장 아리아나 허핑턴, 영화배우 엠마 왓슨, 황성주 생식의 창업자 황성주는 매일 감사일기를 쓰는 대표적 유명인이다. 그들의 입에서 공통으로 나온 말은 바로 “감사일기가 내 삶을 바꾸었다.”이다. 호기심 반 부러움 반, ‘나도 한번 해 보자.’라는 생각에 그날로 바로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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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올린 첫 감사일기>



특별한 준비도 필요 없다. 연필과 수첩만 있으면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다. 감사일기는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삶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이미 많이 가지고 있고, 누리고 살면서도 그 소중함을 몰랐다. 원하던 교사가 되어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것. 바쁜 회사일로 긴 시간 함께 할 수는 없지만, 가장으로 책임을 다하는 성실한 남편. 세 아이 뒤치다꺼리가 벅찼지만 아픈 데 없이 건강하고 이만하면 말썽 피우지 않고 학교 잘 다니고 말 잘 듣는 아이들. 그동안 더 많은 것, 더 좋은 것을 갖고자 욕심만 가득했지, 정작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는 없었다. 감사일기와 함께 긍정 확언도 썼다. 매일 나에게 좋은 말을 해 주기로 했다.


새벽에 잠깐 짬을 내어 썼던 감사일기와 긍정 확언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새벽 루틴이 되었다. 새벽에 눈을 뜨면 몇 분간 묵상과 명상 후, 노트를 꺼내 든다. 감사일기와 긍정 확언을 쓰고 블로그와 인스타에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지극히 단순하고 때로는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 루틴을 꾸준히 실천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온종일 환한 느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제러미 애덤 스미스는 『감사의 재발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감사와 사랑의 초점이 맞추어졌을 때, 가장 감사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데, 바로 이때 창가에 환하게 햇살이 스며드는 것과 같이 당신의 삶에도 온종일 해가 환히 비추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정말 그랬다. 새벽에 일어나 잠깐 시간을 내었을 뿐인데 온종일 기분이 좋았다. 물론 어떤 날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로 마음을 다치거나 평정심을 잃은 날도 있었다. 그러나 회복이 빨랐다. 금방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둘째, 내 의지대로 작은 일이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뿌듯했다. 하루를 작은 성공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작은 성공은 또 다른 작은 성공을 불러왔다. 결국 작은 성공이 모여 내가 바라는 또 다른 내 모습이 만들어졌다. 셋째, 감사일기와 긍정 확언의 선한 영향력을 꼽을 수 있다. 블로그와 인스타에 감사일기와 긍정 확언에 대한 글을 쓰고 그날의 긍정 확언을 올리는데, 처음에는 부끄럽기도 하고 내 사생활이 드러나는 것만 같아 망설였다. 그런데 감사일기를 올리고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다. 댓글 하나가 달렸다. 내 감사일기를 보고 자신도 감사일기를 쓰고 싶어 졌다는 글이었다. 작은 일이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또 내 감사일기가 누군가의 시작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삶에 기쁨을 찾지 못하는 사람, 삶의 희망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주변을 돌아보세요. 분명히 감사한 일은 반드시 있습니다. 감사를 하나씩 하나씩 다시 재발견할 수 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오늘 새벽도 어김없이 감사일기 노트를 열고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해 적어본다. “오늘도 살아있어서 감사합니다. 하루를 감사하며 시작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감사일기와 긍정 확언을 쓸 수 있는 이 새벽이 감사하다. 저와 함께 새벽을 밝히고 잠들어 있는 ‘일상의 감사’를 깨워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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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일기와 긍정 확언을 쓰기 전에 읽어보면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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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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